일본과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대립이 한창이던 2012년 중국 선전에서 반일 시위대가 일본 자동차 회사 혼다가 만든 경찰차를 부수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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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국’ 일본도 늘 공격만 한 건 아니었다. 한국에 수출을 규제한 것처럼, 중국에 경제 보복 조치를 당한 적도 있었다.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중ㆍ일 갈등 때문이다. 당시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낸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센카쿠 분쟁은 여러모로 이번 한ㆍ일 갈등과 닮았다. 대법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위안부 피해자 보상 문제 등 정치 이슈가 경제 보복 조치로 이어진 측면에서다. 센카쿠 분쟁을 둘러싸고 중국은 2010년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일본 관광 금지조치 등 전방위 규제에 들어갔다. 특히 희토류는 전자 제품 필수소재로 당시 중국 수입 의존도가 90%에 달해 이번에 일본이 한국에 수출을 제한한 반도체 소재와 비슷한 성격이다.
일본과 중국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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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본의 대응을 돌아보면 “중국의 단기 보복은 감내해야 한다”며 의연하게 대응한 점이 돋보인다. 먼저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나섰다. 중국 이외 나라로 수입 망을 다변화하고 호주ㆍ인도ㆍ카자흐스탄ㆍ베트남 등에서 희토류 개발권을 따내는 식이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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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일본의 승리였다. 희토류 가격이 폭락해 오히려 중국이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이 조처를 내린 지 2년이 채 안 된 2012년 상반기 기준 일본이 수입하는 희토류 중 중국산 비중은 49.3%로 급감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희토류는 (이번에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 소재보다 대체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더 많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면서도 “기업에 보조금을 줘 희토류를 덜 써도 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여러 면에서 정면대응한 점은 주목할 만 한다”고 말했다.
희토류를 넘어서 언제든 중국의 ‘경제 쇄국’ 조치가 반복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명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1)’ 전략을 추진하기도 했다. 생산시설은 물론 수출입 시장을 중국 외 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로 다변화하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일본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9.7%에서 2014년 17.5%까지 떨어졌다. 반드시 중국이 필요할 땐 홍콩ㆍ대만ㆍ태국 등 화교 기업과 손잡고 ‘우회 공략’을 추진하는 식의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전술도 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한국 부품ㆍ소재 산업의 일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며 “단순히 이번 위기를 넘기려 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국제무역에서 미국과 일전도 불사하는 ‘싸움닭’으로 통한다. 우리 정부가 공식 대응 조치로 밝힌 국제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도 당연히 썼다. 미국ㆍ유럽연합(EU)과 연대해 “중국 조치가 자유무역에 위배된다”며 2012년 중국을 WTO에 제소했고, 2년 뒤 승소했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도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해 뛰었다. 일본은 중ㆍ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했을 때에도 재계 인사의 집단 방중으로 중국과 교류를 이어왔다. 2016년엔 일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한 일ㆍ중 경제협회 대표단 30여 명이 리커창 중국 총리와 면담했다. 2015년엔 일ㆍ중 경제협회 대표단 220명이 리 총리와 만났다. 조 후지오 도요타자동차 회장, 미무라 아키오 신일본제철 회장이 리 총리를 면담하는 등 기업인들도 중국과 꾸준히 교류해왔다.
자료 : 일본 재무성·일본 관광청 |
이런 대응 덕분에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양국 간 대립은 아직도 미해결 상태지만 양국 경제 관계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기준 일본의 대중 수출 규모는 12조3000억엔(약 123조원)을 기록해 센카쿠 분쟁이 최고조에 다다른 2012년 대중 수출액(11조6000억엔ㆍ약 116조원)보다 6% 늘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역지사지로 일본이 한국에 사지 않으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대체 불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게 기본”이라며 “외교 문제에 따른 무역 갈등이 중국 사드 사태,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이어 반복할 예정인 만큼 차분하게 대응하며 경제 체질을 강화한 일본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기업도 외교 문제를 사업의 상수(常數)로 보고 장기전에 대비한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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