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 전면 폐지” 주장 / “살아남은 자사고 입학경쟁 심화 / 법 개정 의지 없다면 공론화부터” / 책임 떠넘기는 교육부 비판 발언 / 일반고 전환 땐 20억 지원 밝혀 / 교육계 “기존 진행 정책” 비판 / 교육부, 25일 ‘지정위’ 열어 심의
“핵심은 ‘섞임 교육’이다. 재벌의 자녀와 택시운전사의 자녀가 한 학교에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17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말이다. 그는 최근 재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서울 내 자율형사립고 8곳 등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될 학교를 비롯한 일반고 지원방안을 설명하던 차였다.
“많은 시민이 소수 부유한 아이를 위한 입시교육을 하는 학교를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등 자사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로 인한 ‘일반고 생태계 황폐화’를 설명하던 조 교육감이 이날 내린 결론은 ‘자사고·외고 일괄 폐지’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7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일반고 전환 자사고에 대한 동반성장 지원 방안을 포함한 일반고 종합 지원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자사고·특목고 지정·운영 근거를 삭제해 학교 유형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평가를 통한 지정취소 방식으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소모적인 갈등과 논쟁을 양산한다”며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의 운영성과평가만을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지정 평가의 부작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정 취소되지 않은 자사고는 더욱 ‘일류’가 되고, 이는 더 가열된 입학경쟁을 촉발한다”며 “과거보다 더 서열화된 고교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자사고의 일반고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도 사실상 책임은 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령을 개정할 의지가 없다면 국가교육회의에서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할지 공론화를 진행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교육부가 여론을 의식해 ‘일괄 폐지’ 주장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만큼 공론화를 통해 명분부터 쌓자는 주장이다. 그는 “개인적으론 공론화 과정에서 일괄 폐지로 중지가 모일 것이란 확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받은 안산동산고 학부모들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평가과정과 결과에 항의하며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 조 교육감은 일반고로 전환될 자사고에 교육청과 교육부가 최대 2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교육청에서 5년간 10억원, 교육부 3년간 10억원 등이다. 또 이들 학교가 원하면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나 교과중점학교, 교과교실제 사업학교로 우선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일반고에 대해선 현재 학교당 8000만원씩인 지원예산을 증액하고, 수요가 적은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학교별로 2000만원까지 ‘소수 수강 과목 강사비’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선 이날 발표된 지원계획이 “기존에 진행돼 온 정책을 ‘재탕’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교육부는 오는 25일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지정위)’를 열어 경기 안산동산고, 전북 상산고 및 군산중앙고의 지정취소 동의 여부를 심의할 계획이다. 지정위는 교육부 장관이 자사고 지정취소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교육청이 보낸 서류와 취소 절차 등을 심의하는 장관 자문기구의 일종이다. 지정위가 열리면 최종 결정은 26일도 가능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그보다 늦은 29일 발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전북 상산고 학부모 500여명(주최 추산, 경찰 추산 400명)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부가 부동의 권한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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