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의 참불선원장 각산 스님은 “스티브 잡스는 매일 30분씩 명상을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 조동종 계열의 묵조선을 했다. 명상을 통해 확보한 내면의 여백과 공간에서 창조성이 발현됐다”며 “최근에는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도 직원들에게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애를 쓴다. 이들이 찾고 있는 명상의 뿌리, 그 창조성의 뿌리가 다름 아닌 한국에 있다”고 말했다.
참불선원장 각산 스님은 "스티브 잡스는 조동종 계열의 묵조선 명상을 통해 내면의 창조성을 발현했다"고 설명했다. 백성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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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여러 명상 그룹이 있다. 종교적 기반을 가진 그룹도 있고, 종교와 전혀 무관하게 꾸려지는 그룹도 있다. 각각의 명상 그룹은 나름의 강점과 약점을 함께 지니고 있다. 가령 종교적 색채가 없는 명상 그룹은 보다 쉽게 현대인에게 다가간다. 어려운 종교적 용어도 사용하지 않고, 나무나 숲, 바람과 하늘 등 자연에 내재한 평화를 대신 명상으로 끌어온다. 이러다 보니 현대인들은 보다 수월하게, 보다 친근하게 명상의 문턱을 넘어간다. 그뿐만 아니다. 명상에 따른 인간의 신체적 반응을 과학적 데이터로 분석하고, 체계적인 언어와 논리로 명상을 풀어낸다.
반면 아쉬움도 있다. 명상에 대한 서구적 방식의 접근은 종교적 수행의 핵심인 에고를 떠받치는 기둥을 무너뜨리는 일, 혹은 이치에 대한 결정적 깨달음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일회성 마사지’에 가깝다. 명상으로 푼 근육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뭉치기 때문이다.
한국MBSR 소장 안희영 교수는 "세상에서 격리되지 않은 명상, 세상 속에 있는 명상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왼쪽은 대한민국 명상포럼을 총괄하고 있는 이용태 국제변호사. 백성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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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바탕을 가진 명상은 지향이 보다 본질적이고 궁극적이다. 대신 문턱을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현대인은 종교적 언어와 종교적 표현에 종종 부담을 느낀다. 결국 명상의 대중성과 확장성에 한계가 생긴다. 깊이는 있지만 문턱이 높은 셈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서로 잘 알고 있는 명상그룹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2019 대한민국 명상포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국명상총협회장 각산 스님과 힐리언스 선마을 대표 이시형 박사,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전현수 박사, 자비명상 이사장 마가 스님, 한국MBSR 소장 안희영 교수, 이용태 국제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8월 29~31일 사흘간 서울 동국대 본관 중강당에서 ‘2019 대한민국 명상포럼’(02-451-0203)을 개최한다. 명상 전문가들의 강연과 참석자들의 명상 실참, 남산 걷기명상과 종합토론 등이 마련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 소속의 엔지니어 킴킴은 ‘빅데이터와 불이(不二)’란 주제로, 안희영 박사는 ‘서구사회의 마음챙김 혁명’, 국제영화제에서 70회 이상 수상 경력을 가진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공식초청작 ‘산상수훈’의 감독 대해 스님은 ‘AI인공지능과 IT기업을 이끌고 갈 본질 알고리즘’, 마가 스님은 ‘잠깐 멈춤법’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명상 강연이 사흘간 펼쳐진다.
남방불교의 위파사나 명상에 일가견이 있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전현수 박사는 “10년 전만 해도 명상을 한다고 하면 정신과 의사들이 ‘부작용이 많다. 큰일난다’고 말했다. 요즘은 달라졌다. 제 친지는 캐나다에 사는 데 초등학교에서도 명상을 가르치더라”고 말했다. 전 박사는 또 “우리가 좀 더 건강하게 살려면 ‘정확하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지혜다. 명상은 현재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집중하다 보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명확해진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가 보인다”고 명상을 설명했다.
2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는 각계의 명상그룹이 모여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와 명상'을 주제로 다양한 문답을 나누었다. 백성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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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박사는 “서구사회에서도 처음에는 명상을 꺼렸다. 그러나 명상은 동양의 신비가 아니라 검증된 과학으로 받아들인다”며 “최근에는 국내 기업의 CEO들도 자기 회사에 명상을 도입하려고 애를 쓴다”고 말했다. 이용태 국제변호사는 “‘명상과 건강’이란 키워드로 새로운 한류의 중심으로서 통섭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교계 안과 종교계 밖의 명상그룹이 만나서 일으킬 생산적 화학작용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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