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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양승태, 예상 깨고 ‘조건부 보석’ 수용···179일만에 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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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구속 만기 20일 전 직권 보석

이틀안 허가없이 외출 가능 등

MB보석 때보다 조건 완화

양승태, 구속기간 만료 앞둬

‘거부’ 거론됐으나 받아들여

증인 212명중 신문완료 4명뿐

“재판 더 늘어질 가능성 우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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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부 직권 조건부 보석으로 22일 석방됐다. 지난 1월 구속된 지 179일 만이다. 가뜩이나 지연됐던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이 불구속 재판으로 변경되면서 더욱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는 직권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을 결정했다. 올해 1월24일 구속돼 2월11일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은 다음달 11일 구속기간(6개월) 만료로 석방을 앞두고 있었다.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면 거주지 제한 등 조건 없이 자유롭게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이를 막기 위해 몇가지 조건이 붙은 직권보석을 결정했고,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수용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주거지를 경기 성남 수정구 자택으로 제한하고 3일 이상 여행·출국 땐 법원 허가를 받도록 했다. 법원에 소환되면 정해진 일시·장소에 출석해야 하고, 직접 혹은 제3자를 통해 재판과 관련된 사람을 만나거나 전화·전자우편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다. 보석 보증금은 3억원이다. 보석 조건을 위반하면 보석 취소와 함께 보증금이 몰수되고, 1천만원 이하 과태료 등이 부과된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부과된 보석 조건은 올해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는 느슨하고 김경수 경남지사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다스 비자금 횡령,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는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주거지 밖 외출을 제한하고, 보석 조건 준수 여부를 정기점검 받는 등 사실상 가택구금 수준의 보석 조건을 부과받았다. 보석 보증금도 10억원 상당이었다. ‘포털사이트 업무방해’ 혐의로 항소심 재판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거주지는 제한받지만 외출 제한이 없어 거주지와 경남도청 등을 오가며 지장 없이 도정을 수행하고 있다.

애초 양 전 대법원장 쪽은 “보석이 결정된다 해도 구속기간 만료로 인한 석방과 비교해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해 조건부 보석을 거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론은 ‘수용’이었다.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보다 완화된 보석 조건을 제시한데다, 재판부의 결정을 거부해 법원의 권위를 부정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을 피하려는 선택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부가 제시한 조건 가운데 ‘사건 관계인 접촉 금지’는 포괄적이고 애매하다며 우려했지만, 변호인들의 설득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 중 석방’은 양 전 대법원장의 주된 전략 가운데 하나다. 공판 준비 절차에만 구속기간의 절반(3개월)이 소요됐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능력을 일일이 따지느라 정식 재판도 지체된 상태다. 법정에 부르기로 한 증인 212명 가운데 증인신문이 완료된 이는 4명뿐이다. 한 변호사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까지 비판할 수는 없지만, 여타 다른 형사재판 관행에 비춰 적합하게 재판이 진행돼왔는지 의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 석방으로 재판 진행이 더 늘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께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선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재진에 “지금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신병 관계가 어떻게 됐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도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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