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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 8개월 만에 끝…SK·애경 임직원 등 34명 재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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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8년만
환경부 서기관·前 국회 보좌관도 기소

조선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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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8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일어나고서 8년 만이다.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SK케미칼·애경산업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회사 임직원과 환경부 서기관,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유해 가습기 살균제 유통에 관여하거나 사건의 진상 규명을 방해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은닉한 혐의를 받는 관련자 34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23일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4~5월 출산 전후 산모 8명이 폐가 굳는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입원했다가 4명이 숨지며 세상에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역학 조사를 실시해 같은해 8월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해 11월 동물흡입 독성실험 등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확인하고 수거 명령을 내렸다. 이때 유해성이 드러난 가습기 살균제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등이 있었다.

당시 PHMG를 공급한 SK케미칼은 공급한 원료가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될 줄 몰랐다고 주장하며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또 SK케미칼이 공급한 또다른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도 유해성 논란이 있었지만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책임소재를 묻지 않았다.

그러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CMIT, MIT를 원료로 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재수사를 벌였다. 두 원료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의 역학조사 결과가 축적되고,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내면서 검찰 수사가 재개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SK케미칼과 이를 유통한 애경산업, 이마트 등이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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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정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23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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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제조·판매해 12명을 사망하게 하고, 87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또 과거 SK케미칼이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이는지 몰랐다는 주장이 거짓이라는 정황을 포착해 SK케미칼 전 직원 최모씨 등 당시 관계자들도 재판에 넘겼다. 최씨 등은 PHMG가 유독물 기준을 초과하는 물질인데도 독성이 적고 인체 접촉 제품에 적용 가능한 화학물질이라고 설명하며 원료로 사용할 것을 소개·조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박철 SK케미칼 부사장과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대해서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진상규명을 막기 위해 자료들을 인멸·은닉한 혐의로 기소했다. 박 부사장 등 SK케미칼 관계자들은 살균제 원료의 안전성 부실 검증을 나타내는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등을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자료는 1994년 서울대 이영순 교수팀이 작성한 것으로 CMIT의 무해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유해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 전 대표 등 애경산업 관계자들은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직원들을 PC 하드를 교체하고, 이메일 등 자료들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공무원과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인사도 재판에 넘겨졌다. 환경부 최모 서기관은 애경산업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수수하고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와 CMIT·MIT 함유 가습기살균제 건강영향평가 결과보고서 등을 넘겨준 혐의를 받는다. 애경산업 직원에게 "검찰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니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철저히 삭제하라"고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양모씨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꼐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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