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지방의 이상기후 현상인 엘리뇨·라니냐 현상이 남극 바다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동물플랑크톤은 햇빛에 반응해 수직 이동한다고 알려졌지만, 남극 바다에서의 움직임은 그동안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23일 극지연구소 나형술(제1저자), 박기홍(제2저자) 선임연구원과 하호경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에 따르면 적도나 저위도 지방의 이상기후 현상이 남극바다에 서식하는 동물플랑크톤의 생존 전략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크릴과 같은 남극의 동물플랑크톤은 여름철에 바다 표층에서 식물플랑크톤을 먹고 영양분을 축적한다. 이후 겨울에는 바다 표층에서 수백 미터 아래로 내려가 보낸다. 그런데 연구팀은 4년간의 장기관측을 통해 저위도 이상기후 현상과 남극 기압의 세기에 따라 동물플랑크톤이 깊은 바다에서 머무는 시간이 2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을 확인했다.

동물플랑크톤은 저위도의 엘니뇨 현상이 강하고 남극의 기압이 높았던 2010년에 수심 520ｍ에서 약 200일을 보냈다. 그러나 라니냐 현상과 남극 저기압의 영향을 받은 2013년에는 465ｍ 수심에서 90일 정도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2013년 여름 서남극 아문젠해에는 햇빛을 막는 바다얼음이 두껍게 발달해 식물플랑크톤이 번성하지 못했다. 2010년 겨울을 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모으지 못한 동물플랑크톤은 겨울 체류기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새로운 먹이를 찾아 표층으로 올라갔다.

연구팀은 조사를 위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스웨덴 고텐버그대학교,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등과 함께 서남극 아문젠해 동물플랑크톤의 수직이동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향후 바다 속 이산화탄소를 조절하는 해양 생물학적 펌프에 있어서 동물플랑크톤이 가지고 있는 역할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7월호에 게재됐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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