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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페북 암호화폐 리브라에 중앙은행들이 반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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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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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탈중앙’ 글로벌 암호화폐인 ‘리브라’(Libra)를 2020년 상반기에 발행한다는 계획을 미 정부 당국과 갈등 끝에 무기한 연기한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하지만 완전 백지화는 아닌데다, 금융의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려운 터라 조만간 다시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리브라’의 성격과 이를 둘러싼 쟁점들을 정리했다.

■리브라는 무엇?

페이스북 앱과 메신저, 왓츠앱 등을 통해 거래 및 송금이 가능한 디지털 암호화폐이다.

암호화폐의 시조격인 ‘비트코인’에 비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체에 수 달러의 비용에다 몇 분이나 걸리지만, 리브라의 경우 이를 몇 푼과 수 초면 충분하다.

화폐가치가 널뛰는 비트코인에 비해 안정적이다. ‘리브라’는 백서를 통해 은행 예금과 채권 등 실물 가치와 통화로서 리브라의 가치를 연동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트코인에 비해 에너지 소모도 적다. 비트코인을 송금하는데 1000kWh의 에너지가 들지만 리브라는 신용카드 결제 수준의 전기만 쓰인다.

사용자가 실제 돈을 내고 리브라를 구입하는 방식이며, 이들이 낸 비용은 ‘리브라 보유고(reserve)’로 고이게 된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관리할 별도 기구를 여러 영리 및 비영리단체들과 설립해 스위스에 본부를 둔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전적으로 통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브라의 성격은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은 편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각종 ‘페이’처럼 전자상거래 등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법정화폐와 교환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 또는 기존의 법정화폐, 이를테면 달러나 유로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민간화폐를 목표로 할 수도 있다.

■도입배경

페이스북은 ‘리브라’ 백서에서 “글로벌에서 통용 가능한 간편한 형태의 화폐와 금융 인프라를 제공해 전세계 모든 이들에게 금융의 자유를 주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송금, ATM, 결제 등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금융 서비스에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계 사용자가 25억명이나 되는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상용화될 경우 이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통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인 왓츠앱이 15억명, 인스타그램이 10억명으로, 중복가입 여부를 따지지 않고 단순 계산할 경우 사용자는 50억명이나 된다.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탈중앙, 탈체제를 지향하는 ‘사이버펑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보통신(IT) 업계의 공룡으로 떠오른 페이스북이 막대한 ‘사용자 숫자’를 발판으로 실물 세계의 핵심 권력 중 하나인 ‘화폐 발권’ 권력을 넘보는 형국이 된 것이다.

■문제점 1: 뱅크런에 취약하다

쉽게 사고팔고 송금할 수 있는 ‘리브라’의 편리성은 안전장치가 없다면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리브라 등을 통해 일반 대중이 자국 법정통화를 극히 낮은 비용은 물론 규제도 받지 않고 주요국 법정통화롤 전환할 수 있는 지급결제채널 접근이 가능해진다면, 실물경제에 충격 신호가 발생하는 경우 그 위험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나빠져 페소화 가치가 떨어지면 국민들이 페소화를 달러 등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이 경우 페소화 가치하락에 불이 붙으면서 경제 위기는 더 심화될 수 있다. “리브라에 대한 일반 대중의 수용성이 확대되는 경우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가 다반사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통화정책을 펴는 중앙은행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리브라가 기존 법정화폐를 흡수하면서 유동성이 커지면, 기존의 통화정책만으로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이같은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억제하기 위한 제어방법으로 단기적 외환거래에 ‘토빈세’(universal financial tax)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리브라같은 화폐가 난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민간화폐 발행 확대가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부작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법률을 정비하고 국제협약을 마련하는 동시에 중앙은행 주도로 안정코인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문제점 2: 돈세탁

비트코인이 마약 및 무기밀매를 비롯한 각종 범죄에서 거래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지적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리브라 역시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간화폐 수준으로까지 발전하지 않더라도, 리브라를 이용한 결제 정보는 페이스북에 쌓이는 또다른 ‘개인정보’가 된다. 페이스북이 이 정보에 대한 ‘보안’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시장은 낙관하지 않는다.

■문제점 3: 정말 중립적인가

페이스북은 여러 차례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빚은 데다, ‘가짜 뉴스’와 여론 왜곡을 비롯해 현실 민주주의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력에 비해 통제력이나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다.

페이스북은 ‘리브라’의 일원으로 참가할 뿐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은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서방의 예금 10분의 1만 리브라로 이동한다고 쳐도 리브라의 보유고 규모가 2조 달러(약 2350조원)에 이르게 된다”면서 “정부의 경제정책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의 도입으로 민주주의가 퇴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판국에 리브라 도입으로 금융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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