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러·中 폭격기 등 5대, 3시간여 동해상공 휘저으며 연합작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러 군용기, 독도영공 도발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 군용기가 영공을 침범하고 러·중 공군이 연합작전으로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넘나들었다. 23일 오전 중국의 H-6 폭격기 2대가 제주도 서쪽 먼바다 상공에 나타나서 제주도 남쪽 바다를 통해 동쪽으로 비행했다. 북동쪽으로 방향을 튼 H-6 폭격기들은 일본의 규슈와 대마도 사이를 지나 울릉도와 독도 사이로 직진해 동해의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갔다. 이어 동해 북쪽 하늘에서 러시아의 Tu-95 폭격기 2대가 중국 폭격기들을 맞이했다. 이때부터 러시아와 중국 공군의 연합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러시아 폭격기 2대는 중국 폭격기 2대를 이끌고 동해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비행했다. 합동참모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중국 군용기 간 거리는 약 2마일(약 3.2㎞)이었다.

우리 군은 중국 군용기에 23회, 러시아에 17회 경고통지를 했으나, 형태를 이루고 남하하던 러·중 공군기들은 다시 동해 상공에 설정된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24분 동안 종단하듯이 지나갔다.

러시아와 중국 각각 2대씩 4대가 방공식별구역을 마음대로 비행하고 있던 오전 9시 1분쯤 또 1대의 러시아 조기경보기(A-50)가 독도 동쪽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고 방공식별구역으로 들어왔다. 독도를 향해 접근하던 A-50 조기경보기는 9시 9분께 독도 주변에 설정된 영공을 침범했다. 합참 관계자는 "9시 9분부터 12분까지 독도 영공을 침범했고 동쪽 영공 경계에서 5노티컬마일 정도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독도에서 거리는 7노티컬마일(약 12.9㎞) 떨어진 상공까지 러시아 군용기가 접근한 것이었다. 영공은 영토에서 12노티컬마일 떨어진 곳까지의 하늘이 해당된다. 이들 군용기 각각이 방공식별구역 내에 머문 총시간은 3시간에 달한다.

이들이 작전을 수행할 당시 포항 동쪽 80여 ㎞ 지점과 이어도 남쪽 지역에 중국 호위함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공군 전투기들은 독도를 향해 접근하는 A-50 조기경보기를 감시하며 영공 침범에 대비했다. 공군 중앙방공관제소(MCRC)에서 수십 차례 경고통신을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합참 관계자는 "공군 KF-16 전투기가 대응에 나섰고 절차에 따라서 조치했다"면서 "경고방송, 경고사격 등 단계적 절차를 수행하자 러시아 군용기가 남쪽으로 기수를 틀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방공식별구역 진입에 이어 독도 영공에 침범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경고사격이 실시됐다. 이날 사상 첫 영공 침범에 이어 사상 첫 경고사격까지 이뤄졌다. 군의 관계자는 "경고통신에 이어 섬광탄(플레어) 10여 발을 발사한 뒤 경고사격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대응 출격에 나섰던 KF-16 전투기는 러시아 군용기의 진행 방향 앞으로 약 1㎞를 조준해서 80여 발을 발사했다. 러시아의 A-50 조기경보기가 영공 침범을 했지만 비행하며 적대적 움직임(초근접 비행) 등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협 사격이 아닌 저강도의 경고사격을 했다고 군은 설명했다. 그리고 A-50 조기경보기는 비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 상공에서 경고사격을 받고 기수를 돌려 영공을 빠져나간 A-50 조기경보기는 21분 후에 다시 독도 상공으로 2차 침범에 나섰다. 이번에도 절차대로 경고통신, 섬광탄 발사, 경고사격이 실시됐다. 합참 관계자는 "첫 번째 영공 침범에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침범했기 때문에 경고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때에는 러시아 A-50 조기경보기가 독도에 가장 가까이 다가온 거리는 8.5노티컬마일(약 15.7㎞)이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두 번째 경고사격에서 KF-16 전투기의 20㎜ 발칸은 수차례에 걸쳐 불을 뿜었고 280여 발을 발사했다.

첫 번째, 두 번째 경고사격을 모두 합하면 360여 발을 발사한 셈이다. 러시아 A-50 조기경보기의 2차 영공 침범은 9시 33분부터 37분까지 이어졌다. 독도 영공을 두 차례 들어왔던 A-50 조기경보기는 오전 9시 56분 방공식별구역을 벗어나 북쪽으로 날아갔다.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 7분간 침범한 것이다.

러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이 진행 중인 시간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 4대는 포항 동쪽 바다를 거쳐 일본의 규슈·대마도 사이로 남하했다. 이후 한국 공군 레이더의 포착 범위에서 벗어났다가 러시아의 Tu-95 2대는 이날 오후 동해 방공식별구역을 통해 러시아 본토의 기지로 복귀했다.

■ <용어 설명>

▷ 방공식별구역(ADIZ) : 군사적 이유로 타국 항공기 식별을 위해 설정한 임의의 선으로 사전 통보 없이 군용기가 진입할 때는 퇴거 요구와 동시에 전투기가 출격해 대응한다.

▷ 영공 : 해안선을 기준으로 12노티컬마일(22.224㎞) 바깥까지인 영해와 영토의 상공으로 국가의 배타적 권리가 인정되며, 침범 시 경고 이후 통제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격추할 수 있다.

[안두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