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미 주도 ‘중국 봉쇄’에 공동대응…한미일 안보협력도 흔드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러 합동비행 의도는?

왜 동해인가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일-한미 동맹 다목적 견제

중-러 작년 수차례 카디즈 진입

동해-남중국해로 범위 확장 꾀해

왜 영공 침범

러 독도 영공 침범 해석 엇갈려

비행 도중 ‘우발적 침범’과 함께

한미일 군사협력 균열 분석도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23일 처음으로 장거리 연합 초계비행 훈련을 실시하면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무단 진입하고,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정찰기)가 독도 영공까지 침범한 데는 중-러 두 나라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견제할 목적이 담겨 있다고 풀이된다. 러시아 정부가 성명을 통해 이번 합동 비행이 “세계 안정과 협력 강화”를 위한 “예정된 훈련”이라고 밝힌 데서도 그러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진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빈도가 잦아졌고 군용기의 비행 행태 또한 공격적으로 변했다.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갈등이 고조되던 2017년에는 1월과 12월 중국 군용기가 카디즈에 들어왔다. 지난해 중국 군용기는 8차례나 카디즈에 진입해 비행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월23일에는 정찰기로 추정되는 중국 군용기 1대가 이례적으로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관통 비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러시아 군용기는 2017년 8월, 2018년 7월에 이어 지난 6월에도 카디즈에 들어와 한국 정부가 항의한 바 있다. 최근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받을 국가에 일본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이번 중-러의 합동 훈련은 동북아 지역에서 미-일 동맹 강화 등을 통해 군사력을 확대하려는 미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23일 중-러의 군용기 4대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며 장거리 연합 초계비행 훈련을 실시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두 나라 폭격기의 연합 훈련이 동해를 넘어 남중국해로까지 작전 반경을 넓히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러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공동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러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는 사실상의 동맹관계로 움직이고 있다”며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남중국해, 무역, 기술 패권 문제로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과 손을 잡았고, 2016년께부터 두 나라의 군사적 협력 관계가 부쩍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군 소식통은 “미국은 인도와 협정을 맺어 중국의 남서쪽을 막고, 일본과는 중국의 동쪽을 막고, 나아가 한-미 동맹도 강화하려고 한다”며 “최근에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 계획까지 밝히면서 남중국해까지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

8월 초 시작하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견제하면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한·일 방문까지 우회적으로 겨냥했다는 관측도 있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과거에는 방공 문제를 협의할 수 있도록 공군 작전사 차원에서 한-중 핫라인이 구축돼 있었는데, 사드 갈등 이후 한-중 간 군사 핫라인이 단절된 상태”라며 “중-러 합동 훈련이 늘 있긴 했지만 이번은 양상이 다르다. 해묵은 동아시아 지정학의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러시아 정부가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가 독도 영공을 침범할 의도까지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 분석도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카디즈 비행 도중 실수로 영공에 들어왔다가 한국 공군의 경고에 남쪽으로 급선회한 게 아니냐고 짚는다. 문장렬 국방대 교수는 “러시아 조기경보기가 의도적으로 영공을 침범한 건지, 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하다 우발적으로 침범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한국이 러시아와 안보 문제에서 얽힌 게 많지 않아 일부러 한국을 자극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영공 침범이) 이례적이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분명한 것은 중-러 두 나라 군용기가 동해상에서 기동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최근 갈등이 심화되는 한-일 관계를 악화시켜 한-미-일 군사 협력에 균열을 내려 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군 소식통은 “러시아의 이례적인 영공 침범은 일본이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에 더욱 분란을 일으키려 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노지원 박민희 기자 zone@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