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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한미 예측 탄착지점 벗어나… ‘요격 회피’ 기술 더 정교해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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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도발]北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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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5일 오전 함경남도 호도반도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북한의 발사체를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확정하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달 말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이후 고조됐던 남북, 북-미 유화 무드가 급격히 경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고 9·19 남북 군사합의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 도발’로 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군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새로운 형태의 단거리 미사일’이라고만 했을 뿐 정확한 기종이나 제원 등은 한미 양국 군이 추가 분석 중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탄도미사일인지에 대해서도 확답을 피했다. 비행 궤적과 특성 등을 더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군 안팎에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한 소식통은 “정찰위성 등에 포착된 미사일의 외형과 레이더에 잡힌 초기 비행속도 등으로 볼 때 탄도미사일이 거의 확실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확한 기종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5월에 호도반도(1발)와 평북 구성 일대(2발)에서 쏴 올린 KN-23 신형 SRBM급 또는 그 개량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행고도와 사거리 등 전반적인 비행 패턴이 당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날 발사한 두 발의 미사일은 50여 km 상공에서 정점을 찍은 뒤 430여 km와 690여 km를 각각 날아갔다.

5월에 북한이 쏜 KN-23도 같은 고도로 비행하면서 240∼420여 km의 사거리를 기록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KN-23의 탄두 무게를 줄여서 사거리를 더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대한 고도를 낮춰 멀리 날려 보낸 뒤 종말(낙하) 단계에서 불규칙하게 비행하는 ‘요격 회피기동’을 테스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690km를 날아간 미사일은 예상 탄착지점을 벗어난 곳에 떨어졌다”며 “그만큼 요격이 힘들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어서 한미 군 당국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미사일의 비행 상황을 미국의 다양한 탐지전력으로 분석했다고 우리 군이 밝힌 점도 낙하 시 비행고도가 너무 낮고, 궤적이 변칙적이어서 우리 군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기존 방어수단으로도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이 이번 발사로 증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5월에 쏜 미사일과 유사하다는 미 국방부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KN-23의 요격회피 기동 등 실전 성능을 최종 점검했을 개연성도 있다. 하지만 군은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합참 관계자는 “5월에 발사한 것과 같은 기종인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 현재로선 확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신형 SRBM으로 결론이 나도 정부가 발표할지 미지수라는 전망이 제기됐었다. 5월의 KN-23 발사 때처럼 정부와 군이 대북관계를 고려해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NCND)’ 태도를 취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북한이 23일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내 연합훈련 일정을 통보받고 발사일을 조정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사일 발사는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과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이후 실무협상을 앞두고 기선제압 차원의 ‘무력시위’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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