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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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0여년만에 금리를 내렸다. 경제의 돈줄을 죄는 통화긴축이 끝나고 돈줄을 푸는 통화완화 정책이 단행됐다. 그러나 금리인하 폭이 0.25%포인트에 그치고, 시장이 기대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예고도 나오지 않으면서 주식시장은 실망감에 하락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31일(현지시간) 이틀간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치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2~2.25%로 낮아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금리인하는 연준이 통화긴축 사이클을 끝냈음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준은 2015년 12월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를 올렸다.
연준은 글로벌 경기전망과 낮은 물가압력을 고려해 금리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정책성명에서 "가계 소비지출 증가율이 높아졌지만,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둔화됐다"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2%를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금리 결정에서 만장일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 10명의 위원 가운데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은) 총재과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2명이 금리동결을 주장하며 금리인하에 반대표를 던졌다.
또 연준은 일종의 양적긴축(QT) 정책인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8월 중 종료키로 했다. 앞서 연준은 보유자산 축소를 9월말까지 끝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유자산 축소란 중앙은행이 채권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함으로써 시중의 자금을 회수하는 통화긴축 정책을 말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회의 종료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인하는 명확하게 보험적 성격"이라며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추가 금리인하 여부는 앞으로의 경기 전망과 위험에 달려있다"며 연내 추가 금리인하를 단언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인하는 '중간 사이클'(mid-cycle)의 조정"이라며 "이건 장기적인 일련의 금리인하의 시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리인하 국면이 단기간에 그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그는 "만약 실제로 경기가 악화되고 금리인하가 필요해진다면 우린 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나 "0.25%포인트라는 금리인하 폭보다는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중립을 거쳐 여기까지 옮겨오는 과정을 밟아왔다는 게 중요하다"며 통화긴축 기조가 끝났음을 확인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긍정적이다. 인플레이션도 약 2%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가 우려하는 건 글로벌 경제"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폭적인 금리인하와 양적긴축의 조기 종료를 압박해온 것과 관련, 파월 의장은 "우린 절대로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금리인하 폭이 0.25%포인트에 머문데다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신호를 주지 않으면서 뉴욕증시에선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 나스닥종합지수는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서 모두 1% 이상 떨어진 채 마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이날 금리 발표 직전까지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이 79.1%, 한꺼번에 50bp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20.9%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늘 그래왔듯 파월 의장은 우리를 실망시켰다"며 "시장이 그로부터 듣고 싶었던 건 이번 금리인하가 길고 공격적인 금리인하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도 최소한 양적긴축은 끝난다"며 "우리는 결국 승리하겠지만, 확실히 연준으로부터 도움은 별로 못 받을 것 같다"고 했다.
뉴욕=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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