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2 (일)

“한국 대법 판결로 일 피해자 됐다고 아베정부 선전하는 게 가장 큰 문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광복절 74돌 기획

강제동원 문제 연구가 다케우치 야스토 인터뷰

“일부 노동자끼리 사이좋게 지냈다는 이야기

강제동원 문제 본질 감추는 것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진정한 해결책”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때문에 일본이 피해자가 됐다는 식으로 선전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일본 근현대사 연구자인 다케우치 야스토(62)는 아베 신조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10일 도쿄 지요다구 재일본한국와이엠시에이(YMCA)에서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 패널로 참여했다. 이날 발표 뒤에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일본 정부가 식민지 지배 불법성을 인정하고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미해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0여년간 강제동원 문제를 조사했으며, <조사·조선인 강제노동>(4권 시리즈)이라는 책을 썼다.

다케우치는 “아베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 일-한 청구권 협정에 명백하게 위반되며 일-한 관계의 법적 기반을 허무는 것이고, 전후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선전한다. 이런 태도 위에 식민지 지배를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경제 보복을 하고 한국을 굴복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협정 체결 이전의 한-일 교섭 자료를 보면 한-일 협정은 “어디까지나 재산 청구권에 관한 문제”로 해석된다고 짚었다. 또 일본 정부가 당시 장책으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까지도 없애려고 했지만 “이론적으로 없앨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개인의 청구권은 기본권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제동원 실태를 오랫동안 조사해온 그는 한국에서 강제동원을 대하는 일부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조선인) 유골이 송환될 때 모두 징용 피해자라는 식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두가 동원된 사람의 유골이라고 할 수 없다. 다카시마 탄광에 강제동원된 조선인이 4만명이라는 설도 한국에서 나왔으나 실제로는 4000명으로 추정된다.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들은 오류 하나를 끄집어내 전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보수 민간단체들이 ‘조선인과 일본 노동자의 사이가 좋았다’ ‘차별은 없었다’는 하시마섬 주민의 증언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 대해 “아이들끼리 또는 일부 현장 노동자가 사이좋게 지낸 일은 물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전면에 내세워 국가가 (조선인을) 집단으로 동원한 사실을 감추고 섬에서 탈출하지도 못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근본 문제는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강제동원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생명의 문제다. (강제동원으로 희생된) 사람의 미래를 앗아간 문제다. 일본 정부는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하는데 진상 규명과 피해자 존엄 회복, 역사의 계승이 진정한 해결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