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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사설] 소송전으로 추징금 막겠다는 전두환의 ‘파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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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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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재임 시절 기업들한테 2159억원의 뇌물을 받아 법원으로부터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직도 1021억원을 납부하지 않은 채 최근엔 각종 소송까지 제기하며 집행을 가로막고 있는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났다. 이는 2013년 “연희동 집 등 1672억원을 자진납부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천문학적 규모의 뇌물을 받은 것도 모자라 자진납부 약속까지 팽개치고 추징금 집행을 가로막고 나선 전씨의 파렴치한 행태가 참으로 가증스럽다.

12·12 군사반란, 5·18 광주학살, 5공 부정축재 비리로 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특별사면된 전씨에게 지금 남아 있는 법적 책임은 추징금이 유일하다. 전씨 추징금 2205억원 중 여태껏 절반을 조금 넘은 1184억원(53.7%)만이 집행됐을 뿐이다. 전씨 쪽은 지난해 말부터 연희동 집을 비롯해 남은 재산을 지키려는 전방위 법적 다툼에 나섰다. 전씨 쪽이 제3자의 재산 추징을 가능하도록 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일명 ‘전두환 추징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등 모두 4건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연희동 집 공매 절차도 중단됐다.

전씨는 지금까지 두번이나 재산 환원 약속을 어겼다. 1988년 퇴임 직후 5공 비리가 본격적으로 문제 되자 당시 개인 재산으로 등록돼 있던 23억원을 헌납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서류 제출 등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아 유야무야됐다. 2013년엔 추징금 미집행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자 1672억원 자진납부 계획을 발표했지만 6년이 흐름 지금까지도 1천억원 이상이 남아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법원 선고 16년 만에 2628억원의 추징금을 완납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전씨의 경우 본인 명의 재산이 거의 없고 추적이 어려운 무기명 채권 등으로 교묘히 숨겨놓은 탓이다.

국민을 우습게 보고 법을 농락하는 전씨의 뻔뻔한 행태는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도대체 전씨는 언제까지 속 보이는 ‘재산 빼돌리기’ 행태를 계속할 텐가. 더 이상 전씨의 일탈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 전씨의 부정한 돈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는 것이야말로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유관 기관과 당사자들은 가능한 모든 조처를 강구해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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