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任正非)이 “지금은 미국과 싸워 이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중국 경제매체 신랑재경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내부행사에 참석한 런 회장의 발언 내용이 전 직원에 이메일로 공개됐다. 그는 화웨이가 “힘든 장정에 맞닥뜨릴 수 있다”면서 “살아남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해방군 출신인 런 회장은 지난해 단말 부문이 매우 빠르게 성장했을 때 위청둥(餘承東) 화웨이 소비자업무 최고경영자(CEO)에게 “인천상륙작전을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고 전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일격에 후퇴할 처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자사 스마트폰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쓸 수 없게 될 위기에 처했다. 화웨이는 지난 9일 연례 개발자대회에서 독자 OS인 ‘훙멍(鴻蒙)’을 발표했다. 이튿날에는 이 OS를 탑재한 첫 제품인 ‘아너(Honor)’ 브랜드 스마트TV를 공개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에서는 계속 안드로이드를 쓰겠지만 향후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곧바로 훙멍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런 회장은 화웨이를 전투기에 비유하면서 2차 대전 당시 총탄을 맞고 구멍이 뚫린 채 비행하는 소련 전투기 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의 중점 타격 대상이었던 통신장비 부문이 “4300발의 총탄을 맞았는데도 엔진과 연료탱크가 무사하지만, 스마트폰을 위주로 한 소비자 부문은 불행히도 연료탱크가 손상됐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관건인 생태계 구축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면서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런 회장은 화웨이가 전투기에 뚫린 구멍을 보완해 미국의 공격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5년 안에 대오를 개조해야 한다”며 “전선과 참호에서 우수한 인력을 뽑아 정병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컴퓨터 관련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러시아 대학생 3명을 연봉 1500만루블(약 2억8000만원)에 영입했다며 “19만명의 안정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약간의 돈을 벌고자 했지만, 지금은 미국을 이기기 위해 천하의 인재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싸워야 한다는 큰 포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런 회장은 화웨이가 유연한 전략전술로 살아남아야 한다며 “승리는 우리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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