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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사설]참담한 탈북민 모자 죽음, 복지 사각과 전달체계 손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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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탈북 여성이 6세 아들과 서울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성의 통장은 지난 5월 3858원이 인출된 이후 줄곧 잔액이 0이었고, 집 안에는 고춧가루 외에는 먹을 것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수돗물마저 끊긴 집에 사망 후 두 달여 만에 미납 수도요금을 받기 위해 들른 검침원과 아파트 관리인이 이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참으로 참담한 죽음이다.

2009년 탈북한 이 여성은 중국동포와 결혼했으나 이혼하고 병을 앓던 아들과 단둘이 살게 됐다고 한다. 5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각종 대책이 이어졌지만, 이 모자에게 생명줄은 닿지 않았다. 지난해 ‘충북 증평 모녀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단전·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등 29종의 정보를 분석해 위기가 예상되는 가구를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복지 위기가구’ 지원 대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탈북민 모자는 전기·수도·가스요금을 1년 이상 연체했는데도 비극을 막지 못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체납 사실을 통보했지만, 복지 당국에 정보가 넘어오지 않았고, 전기·수도요금은 아파트 통합관리비에 들어 있어 단전·단수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혼 후 이 여성은 기초수급자로 월 87만여원의 생계비를 받거나 탈북민 관련 재단에서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외부와 단절된 모자의 삶에 이런 정보는 너무 멀었다.

있는 제도조차 무용지물이 됐다는 사실이 더욱 뼈아프다. 더 중하고 덜 중한 목숨은 없다.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탈북민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이 단단히 붙잡을 수 있는 보다 촘촘한 안전망과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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