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카트 손잡이 센서가 이용자의 힘과 방향 파악... 적은 힘으로 무거운 물건 운반 내리막길에서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안전성 확보... 네이버랩스 인턴들, 휠체어에 응용
우리가 보통 로봇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범블비’나 영화 아이언맨 속에 로봇 슈트를 떠올린다. 전자는 먼 미래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면 후자는 인간의 근력증강을 위한 착용형(웨어러블) 로봇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관련 연구가 활발하고 국내외 기업들이 시제품도 다수 선보이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에는 pHRI(physical human-robot interaction) 기술이 적용된다. 인간과 로봇 간의 물리적 상호작용에 관한 기술로, 로봇의 안정적인 제어와 계획(Planning) 이슈를 연구하는 분야다.
네이버는 이 로봇 기술을 활용한 ‘에어카트(AIRCART)’를 개발, 2017년 10월 ‘데뷰(DEVIEW) 2017’에서 처음 공개했다. 에어카트는 무거운 짐을 손쉽게 운반할 수 있는 전동카트다. 네 바퀴에 3단으로 구성된 이 카트는 손잡이에 센서가 있어 사람의 미는 힘과 방향을 측정하고, 그에 맞게 모터를 구동해 바퀴를 굴린다. 별도의 조작방법을 배울 필요가 없이 에어카트에 물건을 올려놓고 밀기만 하면 된다. 내리막길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되며, 카트를 놓치더라도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이 작동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올해 1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19’ 네이버 부스 외부에 에어카트를 전시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100kg에 달하는 쇳덩이를 올려놓은 에어카트를 손쉽게 미는 모습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근력증강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적용한 '에어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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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카트는 디자인 면에서도 실용성과 세심함이 엿보인다. 카트 이용자의 전방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앞부분을 사선으로 깎았다. 운반할 물건이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반 경사를 안쪽으로 기울였다. 에어카트는 세계 3대 디자인상인 ‘iF 디자인 어워드 2018’와 ‘레드닷 어워드 2018’의 프로덕트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았다.
네이버는 이 기술을 휠체어에도 활용했다. 환자 보호자나 간병인의 근력 부담을 덜어주는 데 응용한 것이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지난해 하반기에 뽑힌 네이버랩스 6기 인턴 연구원들이 6개월간 개발에 돌입해 ‘에어카트 휠체어’가 탄생했다. 에어카트 휠체어는 적은 힘으로 휠체어를 구동할 수 있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환자의 옆에서도 휠체어를 밀 수 있도록 설계해 환자와 보호자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에어카트 휠체어는 지난해 3월 HRI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갖춘 학회 ‘ACM/IEEE HRI 2019(Human-Robot Interaction)’에서 공개됐고, 인턴 연구원들은 세계 석학들을 대상으로 에어카트 휠체어 프로젝트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시제품을 시연했다. 당시 환자와 보호자가 수평으로 걷도록 디자인된 휠체어는 처음이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도 “정규직 엔지니어들도 6개월 안에 이 정도의 제품은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네이버는 에어카트와 관련한 기술을 누구나 응용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관련 특허와 설계 등을 담은 ‘에어카트 오픈키트’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기업 69곳, 대학 8곳, 공공기관 4곳, 총 81곳이 이를 활용했다. 이중 삼성전자 C랩에서 독립한 스타트업 EVAR은 카트형 전기차 충전기에 에어카트 기술을 적용했다. 근력증강 기술로 누구나 쉽게 전기차 충전기를 끌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랩스의 연구 목표는 실제 삶의 공간에 스며드는 자연스럽고 유용한 서비스 제공하는 것이다. 에어카트는 이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결과물로, 로봇 기술이 삶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에어카트를 시작으로 네이버가 향후 어떤 웨어러블 로봇으로 발전시켜 나갈지 기대된다.
에어카트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에어카트 휠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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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jms9@ajunews.com
정명섭 jms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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