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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수감중 목숨 끊은 엡스타인 ‘막대한 유산’ 두고 재산권 주장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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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혐의 수감중 자살한 펀드 매니저

자산 6800억원 분산·은닉…역외 이전도

검, 공범 수사에 초점…피해소송도 잇따라

법적 난제…변호사들 대박, 피해자들 난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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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성범죄 혐의로 수감 중 자살한 미국의 펀드매니저 제프리 엡스타인이 남긴 막대한 유산을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재산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천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그의 재산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부동산과 금융 계좌, 유령회사 등에 흩어져 은닉된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엡스타인의 공범들에 대한 수사도 계속되고 있어, 재산권 피해자들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재산권 회수를 주장하는 이들은 거의 평생 모은 돈을 엡스타인이 운용하던 펀드에 투자한 은퇴자 고객들 뿐 아니라, 그를 대상으로 피해배상 소송을 냈던 성범죄 피해자들도 포함돼 있다. 엡스타인이 사망하자 성범죄 피해 여성들은 그의 채홍사 구실을 했던 여성들과 엡스타인의 유산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정의를 실현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4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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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중 한 명인 제니퍼 아라오스(32)가 소장에 밝힌 사연은 기구하다. 그는 뉴욕의 한 고등학교에서 뮤지컬을 공부하던 2001년(당시 14살)에 엡스타인의 채홍사 구실을 하던 한 젊은 여성의 초청으로 엡스타인의 호화 저택에 갔다. 엡스타인은 모델이나 배우로 키워주겠다며 마사지를 시키고 한 차례 방문당 300달러씩 주었으나, 아라오스는 차츰 성폭력의 덫에 갇히고 말았다고 한다. 아라오스의 변호사는 엡스타인의 애인이자 사업 파트너로 ‘마담뚜’ 구실을 한 기슬레인 맥스웰(56)과 성명불상의 여성 3명을 고소하고 엡스타인의 부동산에 대해서도 가압류 소송을 걸었다. 그는 “정의의 추구는 끝나지 않는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검찰도 엡스타인의 사망으로 형사소추가 종료되자 그의 공범 혐의자들로 수사의 초점을 옮기고 있다. 맥스웰은 그 중심 인물인데, 본인은 엡스타인의 성범죄에 참여는커녕 그런 사실을 알지도 못한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맥스웰은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맥스웰의 지인과 변호인도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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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의 펀드에 투자한 수천명의 투자자들도 원금이라도 회수하려 발을 구르고 있다. 이들의 투자총액 규모는 4억 7000만달러(약 5700억원)에 이른다. 엡스타인은 자살 전인 지난달 뉴욕 연방법원에 제출한 재산 목록에서 자신의 총재산을 5억 5900만달러(약 6800억원)이라고 밝혔다. 펀드 및 주식투자금(1억 9500만달러)와 부동산(1억 8000만달러), 주식 및 채권(1억 1200만달러)이 대부분이었으나, 현금도 5700만달러(약 692억원)이나 됐다.

그러나 최근 20년 동안 엡스타인은 자신의 자산 대부분을 은닉하고 투자 고객들에게도 수익이 높고 조세를 회피할 수 있도록 자산의 역외 이전을 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엡스타인의 재산 처분이 수많은 법적 난제들을 낳을 것이라며, 변호사들에겐 ‘대박’ 사건이지만 피해 배상 청구인들에겐 불만스러운 골칫거리라고 말한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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