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서울 강북구 북한산국립공원에 있는 광복군 합동묘소 참배했다./사진=안재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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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비가 그치지 않은 15일 광복절 오전. 물길이 제대로 나지 않아 흙탕물이 흐르는 산길을 독립 74년 만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처음으로 찾았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 입구에 마련된 광복군 합동묘역은 비를 그대로 흘려보내며 내각수반 일행을 맞았다.
묘역 표기조차 눈에 띄지 않은 좁고 가파른 길을 오르자 작은 터에 동상이 보였다. 듬성듬성한 잔디와 크지 않은 봉분은 광복군 17명이 안장돼 있기에는 적잖이 초라했다. 묘역 앞 게시판을 읽어야 독립투사들을 모신 곳이라 알 수 있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해방을 위해 싸웠지만 정작 자유로워진 나라 국민은 돌보지 않은 잊혀진 영웅들을 찾았다. 일제에 맞서다 순국해 후손도 없이 세상을 떠난 선열들이다.
이 총리는 오전 11시25분경부터 300m 가량을 걸어 묘역을 방문했다. 한때 빗발이 거세어지자 우산을 써도 몸이 젖어들었다. 총리는 묘소 앞에서 보훈차장에게 어떤 사연을 가진 분들인지를 먼저 물었다. 모두 항일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을 광복군동지회가 겨우 수습해 한데 모은 곳이라는 게 관계자 설명이었다.
총리는 고인들의 이름이 새겨진 안내문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사연을 들었다. 안내문에는 광복군 17명의 이름과 함께 순국 기록이 적혀 있었다. 태행산 전투 중에, 초모공작 중에 체포돼서, 산서성 능천 전투에서, 태원·석가장·서안에서…순국한 내용들은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은 피의 역사였다. 이 총리는 독립투사 묘역 앞에서 비를 맞으며 오랫동안 고개를 숙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서울 강북구 북한산국립공원에 있는 광복군 합동묘소 참배했다. 묘소 앞에는 합장된 광복군 16명의 행적이 담긴 안내문이 서 있다./사진=안재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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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는 합동묘역 참배 후엔 바로 옆 언덕에 위치한 이시영 선생 묘지를 찾았다. 산 입구에 살고있는 이 선생 손자 이종건씨(75) 자택도 방문했다.
이 선생 손자인 이종건씨는 40년째 북한산 입구에 거주하며 이 선생 묘소를 돌보고 있다. 이씨 자택은 돌담벽으로 둘러싸인 낡은 단독주택이다. 총리는 이시영 선생 후손들의 삶이 섣불리 공개돼 뜻하지 않은 관심을 얻는 것을 걱정한 듯 사진을 찍지 않는 게 좋겠다고 기자들에게 부탁했다.
낡은 집에 사는 이 선생 후손은 다른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오히려 더 걱정했다. 그는 총리에게 "독립투쟁에 헌신한 유공자 자손인데 독립운동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나라를 위해 희생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마련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유해가) 해외에 계신 독립유공자분들도 국내로 모셔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총리가 이날 북한산 한켠 광복군 합동묘역을 참배한 것도 국가에 헌신했지만 마땅한 보답을 받지 못한 소외된 선열들을 찾겠단 의지로 읽혔다. 총리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데 관심 밖에 있는 분들이 있는지 찾아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고 있다.
총리는 일본 경제보복 대응과 내달 예정된 유엔총회 참석 여부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총리는 "광복절에 대한 메세지는 대통령께서 이미 말씀하셨다"며 유엔총회에 대통령 대신 참석할 지에 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총리와 함께 묘역을 참배한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차관)은 "존재도 잘 알려져 있지 않고 후손도 없다보니 찾는 이도 드문 외로운 묘소를 오늘 총리가 찾은 것"이라며 "1967년 묘역을 조성한 이래 최고위급 인사가 찾은 것으로 광복군 지사들께서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서울 강북구 북한산국립공원에 있는 광복군 합동묘소 참배했다./사진=안재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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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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