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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테스트카 “내 몸 충돌시켜 1만여명 목숨 살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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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맞은 국내 자동차충돌시험

단 한번 충돌시험 임무 위해

매년 13~14억어치 차량 ‘희생’

임신부까지 본딴 ‘더미’ 몸값 최대 10억

시험 마친 뒤 수리해 재사용도

“충돌시험으로 안전수준 높아져

연평균 사망 738·중상 8만여명 줄어

연비처럼 안전등급 표기할 필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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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찾아간 경기 화성의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내부 야적장에는 자동차 40여대가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싼타페·제네시스·스토닉·이쿼녹스·캠리…. 승용차란 승용차는 다 모였는데 상태가 죄다 온전치 못하다. 정면이 찌그러진 한 소형차 내부를 들여다보니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이 제대로 터져 있다. 조수석 문 쪽엔 ‘180709’라는 숫자가 선명하다. 지난해 7월9일 정면충돌시험을 끝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차량이다.

단 한 차례의 충돌시험으로 임무를 다한 차량 중 상태가 좋은 10여대 정도는 직업전문학교에 교육용으로 기증된다. 그 외 차량들은 전자입찰을 통한 전량 폐차가 원칙이다. 손상되지 않은 부품이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대번호를 다 절단하고 폐차업체에 넘긴다. 해마다 충돌시험용 차량 구매 비용이 13억~14억원인데 폐차 수입은 2천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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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은 일회용, 더미는 재사용

자동차 충돌시험은 차량 구입에서부터 시작된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연구원과 계약담당자가 자동차 회사 출고센터에 직접 가서 재고목록에 있는 최저사양 차량을 선택·구매한다. 수입차는 딜러를 통해서 구입한다. 10년 전쯤엔 신분을 밝히지 않고 ‘미스터리 쇼핑’ 방식으로 충돌시험용 차량을 구매했지만 취득·등록세와 양도세 문제가 있어 지금의 방식으로 바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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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시험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인체모형인 ‘더미’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차량에 탑승해 충돌 충격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더미의 가격은 제일 저렴한 게 차량보다 비싼 1억원이다. 더미도 성인남성 중심에서 여성, 어린이(신생아·3살·6살·10살), 특수모형(보행자·고령자·임신부)으로 진화했다. 현재 자동차안전연구원이 보유한 가장 비싼 더미는 측면충돌시험용 10억원짜리다. 측면에서 들어오는 충격을 측정하기 위해 갈비뼈가 정밀하게 설계된 경우다. 10억원짜리 더미는 이날 있었던 코란도 측면충돌시험을 수행했다. 충돌시험용 더미는 미국 업체인 휴매네틱스가 전 세계에 독점 공급하는데, 이 업체가 개발한 최고가 더미는 20억원짜리다. 심소정 안전연구처 연구위원은 “사람과 유사한 더미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며 “정면충돌시험용 20억원짜리 더미가 내구성·재현성 등에 있어 안정화가 되면 우리도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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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과 달리 더미가 일회용이 아닌 건 다행이다. 충돌시험을 겪으며 팔이 들리고 관절이 꺾이고 머리를 부딪친 더미는 ‘인체모형 교정실’에서 다시 태어난다. 이날 찾은 교정실에선 37개의 더미가 얌전히 앉아 재생을 기다리고 있었고 ‘목 모형 굽힘’ 검사가 한창이었다. 따로 떼어낸 더미의 머리·목 부위를 3.1m 높이에서 반원 모양으로 자유 낙하시켜 충격을 제대로 감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머리·목·가슴·무릎·발목·늑골 등의 부위가 이런 검사를 통해 재사용이 결정된다.

안전도 평가 20년…“차량에 안전등급 표기해야”

1999년 아반떼(현대)·세피아(기아)·누비라(대우)부터 시작된 충돌시험(자동차안전도 평가)은 올해로 20년을 맞이했다. 정면충돌에서 제동 안전성, 측면충돌, 주행전복, 좌석 안정성, 보행자 안전 등 22개 항목으로 꾸준히 확대됐다. 매년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안전도 평가를 거쳐 연말에 ‘올해의 안전한 차’를 선정한다. 올해는 현대 펠리세이드, 기아 쎌토스 등 새로 나온 9개 차종을 대상으로 정면·부분정면·측면·기둥측면 충돌시험이 실시된다. 초소형 차량의 안전도를 점검한다는 국토부 계획에 따라 르노삼성의 트위지 등 초소형 차량 4종 충돌시험도 추가됐다.

자동차안전도 평가를 통해 20년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만4021명(연평균 738명), 중상자 수는 170만5937명(연평균 8만9786명)을 줄일 수 있었다고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추산한다. 안전도 평가가 자동차의 안전 수준을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이를 더욱 높이기 위해 연비처럼 자동차 안전등급도 차량에 표기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류기현 연구개발실장은 “2011~2013년 시범적으로 안전등급이 표기되기도 했지만 자동차안전관리법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며 “미국과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이제는 안전등급을 차량에 표기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화성/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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