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주요국 ‘정치적 자해’가 경기침체 공포 키운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 전문가 “중앙은행 경제부양 나서는데 정치인은 경제 파괴”

CNN “트럼프가 증시폭락 초래…재선 가도서 자신을 궁지에 빠뜨리는 꼴”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콩에서 일어나는 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무역전쟁으로 일어나는 일, 그 모든 게 엉망이다. 세계의 모든 중앙은행이 경제 부양에 나서고 있는데, 세계의 모든 정치인은 경제를 파괴하려고 한다.”

미국 증시가 올해 들어 최대 폭락세를 연출하는 등 세계 증시가 14일 다시 곤두박질치자, <비비시>(BBC)는 주요국의 정치적 자해 행위로 경기침체 공포가 커진다는 미국의 자산관리회사 브루더먼의 분석가 올리버 퍼셰의 평가를 전했다. <시엔엔>(CNN)은 이날 “트럼프의 일련의 정치적 행동이 이번 전세계 증시 폭락과 혼돈을 초래했으며, 이에 따라 트럼프 스스로 2020년 대선 재선 가도에서 자신을 궁지에 빠뜨리고 있는 꼴”이라고 진단했다.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도 이날 각각 ‘세계의 경제적 곤란이 무르익고 있고, 무역전쟁은 그 일환일 뿐이다’ ‘세계 질서가 붕괴되면서 경기침체 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주요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위기가 경기침체를 촉발하고 있다는 분석들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최근 들어 부쩍 빈번해지는 각국 증시 폭락의 직접적 요인 중 하나다. 이날 세계 증시 폭락은 미-중 무역분쟁이 경제 심리에 미치는 효과를 넘어 실물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이 2분기 마이너스 성장(-0.1%)을 기록했고,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17년 만에 최저인 4.8% 증가에 그쳤다. 독일은 2분기에 유로존 중에서 최악의 경제 실적을 보였다. 무역분쟁으로 세계 교역이 부진에 빠져들자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중국이 직접적 영향권에 든 셈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독일 거대기업 지멘스의 경영진이 “무역전쟁을 포함한 지정학적 및 거시경제 위기들이 글로벌 경제 활동의 뚜렷한 침체와 산업생산 심리 악화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증시 폭락의 책임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에 돌렸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중국이 우리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연준에 있다. (금리를) 너무 많이, 빨리 올리고, 지금은 너무 느리게 내린다”고 공격했다. 특히 “다른 나라들이, 멍청한 제롬 파월과 연준에 고맙다고 말한다”고 파월 연준 의장을 직접 비난했다. 자국 중앙은행 수장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욕보이는 유례없는 정치적 자해 행위와 혼돈상은 다른 주요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연일 악화하는 홍콩 시위도 중국의 경제와 체제를 둘러싼 심각한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홍콩을 인도적으로 대하지 않으면, 무역협정을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태가 미-중 관계를 더 악화시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유로존의 당면 위험인 ‘노 딜 브렉시트’도 정치적 혼돈이 가중되면서 세계 경제를 한층 더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0월말까지 유럽연합 탈퇴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하자, 영국 정치권에서는 존슨을 총리직에서 낙마시키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15일, 존슨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성사시켜 조기총선 및 브렉시트 국민재투표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당인 보수당 안에서도 불신임투표에 가담하겠다는 ‘반란파 의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은 노 딜 브렉시트는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등 영국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신임안에 가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