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시인 김기림 1946년 ‘새 나라 송’
“씨앗이…제힘으로 들치지”
민족대표 33인 개신교 대표 이승훈
“국가와 국가 사이의 균등”
임정 ‘삼균주의’ 기틀 잡은 조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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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에는 해방공간에서 활동했던 문인의 시와 독립운동가의 어록이 인용됐다.
우선 눈길을 끈 것은 문 대통령이 연설 도중 “해방 직후 한 시인은 광복을 맞은 새 나라의 꿈을 이렇게 노래했다”며 소개한 김기림의 시 ‘새 나라 송(頌)’의 한 대목이었다.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에/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리고 철판을 펴자/ 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가자”
시에 등장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됐다. 1946년 발표된 이 시는 해방된 새 나라에서 경제건설에 힘써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인이자 문학이론가인 김기림은 1908년 함경북도 성진에서 태어났다. 1930년대에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하며 이상·정지용 등과 함께 ‘모더니즘 문학의 기수’로 널리 알려졌고, 해방 뒤에는 ‘새 나라 송’ 같은 현실참여 문학에 집중했다. 해방공간에서 좌익 계열인 ‘조선문학가동맹’에 소속됐지만 한국전쟁 기간 납북된 뒤 소식이 끊겼다. 이 때문에 1988년 해금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한국 문학사에서 김기림과 그의 작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집으로 <기상도>(1936), <바다와 나비>(1946), <새노래>(1948) 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나는 씨앗이 땅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 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는 남강 이승훈의 어록도 인용했다. 그러면서 “우리 힘으로 분단을 이기고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우리가 일본을 뛰어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인용된 어록은 이승훈이 1922년 “우리가 할 일은 민족의 역량을 기르는 일이지 남과 연결하여 남의 힘을 불러들이는 일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했던 말로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 있는 독립운동가 어록비에도 새겨져 있다.
1864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이승훈은 사업으로 축적한 재산으로 오산학교와 강명의숙을 세워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았고, 신민회에 가입해 활동하는 등 독립운동과 교육에 평생 헌신했다. 3·1운동 때도 민족대표 33인에 개신교 대표로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임시정부의 조소앙 선생은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사이의 균등’을 주창했다. 평화와 번영을 향한 우리의 기본정신”이라며 조소앙의 ‘삼균주의’를 높이 평가했다. 1887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난 조소앙은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와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조소앙의 삼균주의는 1931년 이후 임시정부의 공식 노선으로 확립됐고, 이 사상은 제헌헌법에도 반영됐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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