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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단독]”징용 노동자상은 불법"…설립주도한 민주노총 등 고발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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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변호사 등 "취지 좋아도 절차 지켜야"

양대 노총 관계자, 대전시장, 공무원 등 7명 대상

자연공원법 위반과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로

오는 21일 기자회견 열고 검찰에 고발장 내기로

대전 서구 둔산동 보라매공원에 최근 세워진 일제 징용 노동자상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기수 변호사(국사교과서연구소 사무총장)와 이우연 낙성대 경제연구소 연구원, 주동식 지역 평등시민연대 대표 등 일부 인사가 “노동자상이 허가받지 않고 설치됐다”며 관련자를 고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일본 징용 노동자상 제막식이 지난 13일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제막식에는 징용 피해자 김한수 할아버지(101세, 동상 왼쪽 둘째)와 허태정 대전시장(동상 오른쪽 첫째), 시민등 200여명이 참석했다.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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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변호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취지가 좋은 일이라도 절차와 규정은 지키는 게 민주시민의 도리”라며 “오는 21일 기자회견을 연 뒤 대전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 등이 정한 고발 대상은 동상 설립을 주도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대전본부 관계자, 평화나비 대전행동 관계자, 허태정 대전시장,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시와 대전 서구청 관계자 2명 등 7명이다.

김 변호사 등은 민주노총 대전본부 관계자를 비롯한 3명은 자연공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징용 노동자상을 세우면서 관할 지자체인 대전시와 서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시공원에 징용 노동자상 같은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공공조형물 심의 신청서와 공원조성 변경 계획안을 관할 자치단체(서구청)에 제출해야 한다. 서구청은 이들 서류를 받아 대전시에 전달한다. 대전시 도시공원위원회는 이를 심사해 설치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해당 조형물을 도시공원 같은 공개된 장소에 설치하는 게 바람직한지, 조형물 설치가 도시공원 전체 조성계획에 부합하는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설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 등은 대전시장과 대전시의회 의장은 직권을 남용했고, 나머지 공무원 2명은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전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조례와 법률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제막식에 참석하는 등의 행위로 공무원이 불법 조형물 단속을 못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공무원은 노동자상이 설립된다는 것을 알고도 단속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김 변호사 등은 덧붙였다.

중앙일보

13일 일본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식이 열린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반일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모임 등이 노동자상 설치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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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대전시는 “지난 9일 공문을 통해 평화나비 대전행동 측에 행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설치가 곤란하다”고 통보하는 등 필요한 행정절차를 이행했다고 해명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공문 전달에도 평화나비 대전 행동 등이 법을 지키지 않았다"며 “노동자상을 지금이라도 철거하고 법적 절차를 밟거나 과태료 부과 처분 등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대전본부 관계자는 “법적 절차를 미처 인지하지 못한 데다 제막식 일정이 촉박해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대전시와 협의해 사후 법적 절차를 이행중”이라고 했다. 평화나비 대전행동측도 “지난 16일 서구청에 조형물 심의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평화나비 대전행동, 민주노총 대전본부, 한국노총 대전본부는 광복절을 앞두고 지난 13일 대전시청 앞인 대전시 서구 둔산동 보라매공원에서 징용 노동자상 제막식을 열었다. 제막식에는 허태정 대전시장, 김종천 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장종태 서구청장은 불법 조형물이란 이유를 들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징용 노동자상은 지난 4월부터 모금한 8000만원으로 만들어졌다. 소녀상 작가로 알려진 김운성·김서경 부부가 만든 이 노동자 상은 가로·세로 각 1.2m에 높이 2.5m, 무게 2t 크기다.

앞서 지난 4월 부산시는 동구 일본영사관 인근 징용 노동자상이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건립됐다는 이유로 강제 철거했다가 다시 원래 있던 영사관 인근 정발 장군 동상 옆에 반환한 바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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