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야의 창작자들에게
한때 시인을 꿈꾸었습니다. 밤새워 쓰고 또 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해가 뜰 무렵에야 들뜬 육신이 가라앉고 비로소 잠이 들었습니다. 밤이라는 시간대에서나 만날 수 있던 그놈의 어설픈 시상(詩想)들….
전자공학도였지만, 주로 찾는 강의실은 문학과 철학, 심리학과 사회학이었습니다. 3학년 때는 아예 경영학 부전공을 신청해 과 교수님들께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철이 들면서, 뭘 해서 먹고살지 결정해야 되는 시기가 오자 머리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회전하였습니다. 감히 ‘전업 시인’이 될 자신은 없었으니까요.
‘카피라이터’는 혼란스러웠던 시절 떠오른 획기적인 ‘발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계기가 바로 이만재 선생의 책입니다. <실전카피론>①-카피라이터, 카피라이팅의 세계. <실전카피론>②-카피라이팅의 실무 및 광고현장론. 광고전문지에 게재된 글들을 모은 이 책은 카피라이팅뿐 아니라 광고 산업의 개론과 실무사례, 그리고 비전까지 담은 ‘실용적 명저’입니다. 저자의 다른 책 <카피라이터 입문> 역시 또 하나의 ‘내 인생의 책’입니다. 이 선생께는 죄송스럽게도, 생의 여러 소용돌이를 거친 후 저는 카피라이터가 아닌 영화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기획과 창작,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라는 핵심은 두 분야가 동일합니다. 이 책을 통한 배움은 인생의 경로마다 ‘실전적’ 도움이 됐고, 영화를 하는 지금도 그렇습니다.
영화 쪽에 <영화의 이해>가 있다면, 카피라이터에게는 여전히 <실전카피론>이 아닐는지요. 감독 지망생이 아니라면 <영화의 이해>는 안 봐도 될 듯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영화는 물론 모든 분야의 창작, 기획, 마케팅에 관련된 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김현우 | 영화제작자·페퍼민트앤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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