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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기고] 본격적인 航母 경쟁에 돌입한 동북아… 경제력 뒷받침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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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도 내년에 미국제 스텔스 수직 이·착륙 전투기 F-35B를 실을 수 있는 3만t급 경항공모함 설계에 착수하기로 했다. 중국이 랴오닝 항공모함을 운용 중이고 일본도 작년 12월 각의에서 약 2만t급의 이즈모형 군함을 F-35B 전투기 10대 정도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모함으로 개조, 가가함과 함께 항공모함을 2척 보유하기로 결정했다. F-35B 수직 이착륙기 40대를 들여올 예정이니 앞으로 적어도 3척 이상 이즈모형 항공모함 보유가 예상된다.

일본의 항공모함 보유는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일본 해상자위대 간부를 지냈던 퇴역 군인이 "이즈모 함정은 설계 당시부터 공격형 항공모함으로 언제든지 개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고백을 아사히신문에 털어놓음으로써 항공모함 보유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왔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2006년 기본 설계가 시작될 때 미국이 개발 중이던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함정의 격납고에 보관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크기를 길이 15m, 폭 11m로 정했다. 함재기가 수직 이착륙할 수 있으려면 엔진이 아래쪽을 향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엄청난 열을 견딜 수 있도록 특수 페인트를 칠하고 갑판 모양새도 꼼꼼하게 구상했다.

중국은 랴오닝 항공모함에 이어 자국산 항공모함을 랴오닝성 다롄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다. 수직 이착륙기가 아닌 '젠 15' 전투기를 갑판 활주로를 통해 이륙시키는 스키 점프대형 항공모함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중국은 항공모함 4~6척을 갖게 되고 일본도 이즈모형 항모 이후 '호우쇼우'라는 5만t급 항공모함 건조 계획을 갖고 있어 동북아는 바야흐로 항공모함 경쟁 시대를 맞게 되었다.

필자는 지금껏 항공모함 보유는 국방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니 천적인 잠수함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보다 우세한 리튬이온전지 잠수함 전단을 육성하자고 했다. 하지만 중국·일본 모두 항공모함 강국의 길로 들어서고 군사력 규모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니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항공모함 보유는 필연의 선택이 되고 있다.

중국의 항공모함에 대한 집착은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 영유권 탈환과 동중국해·남중국해 제해권 장악을 위해 미국과 경쟁하기 위함이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를 방어하는 한편, 본토와는 너무 떨어진 수많은 섬을 방어할 중간 거점이라 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 독도를 방어하고 3면이 바다라는 점에서 항공모함이 중요하게 되었다. 한국 경제의 급소를 누르는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는 일본인데, 항공모함을 갖게 되면 세월이 지나 독도 근해에 항공모함을 보내 놓고 한국의 안보를 압박하는 일도 벌이지 않겠는가.

이제 우리도 항공모함을 보유하겠다는 선언을 했으니 군사 전략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항공모함이 작전을 수행하려면 해저에서 잠수함이 호위해야 하고 물 위에서는 전후좌우 군함들이 뒤따라야 한다. 공중에서도 전자 정찰기, 대잠 초계기, 전투기 등이 떠 있어야 한다. 이른바 항모 전투 군단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국방 예산이 수조원대 투입되어야 하고 그만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제 안보가 보장될 때 국방 안보가 보장된다는 것이 항공모함의 안보 전략이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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