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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재건축 조합 "10월은 잔인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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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이익 강탈해서 로또 분양 웬 말이냐.' 지난 16일 건물 철거 작업이 한창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재건축 조합원 일동' 명의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르면 10월부터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발표되자,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조합은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총 1만2000여 가구를 새로 짓고 이 중 4700여 가구를 오는 10~11월쯤 일반에 분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일반분양에 따른 수익이 1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비상이 걸렸다. 조합 측은 사업 절차를 최대한 서둘러 분양가 상한제 본격 시행 전에 분양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조선비즈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분양가 상한제를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현재 건물 철거 단계에 있는 둔촌주공 조합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위해 분양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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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란 대형 암초를 만난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 조합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사업 진행 단계에 따라 조합들이 각기 다른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분양이 임박한 단지들은 제도 적용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사업 절차를 서두르고, 주민 이주 단계 조합은 비용 절감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 재건축 단지는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분양가 상한제 진행 추이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착공·철거 단지 "분양 서두르자"

주민 이주와 철거를 마무리하고 이미 착공에 들어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 2차 재건축 조합은 오는 24일 임시총회를 열고 분양가 상한제 대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총 679가구 중 115가구를 일반분양하는 이 아파트는 당초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통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검토했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없게 되자 사업의 조속한 진행을 요구하는 조합원 목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느니 HUG가 제시한 가격으로 분양하는 게 그나마 이득이 된다는 계산에서다. 조합 관계자는 "총회에서 선분양으로 결정되면 다음 달 중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거 막바지 단계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도 가급적 분양가 상한제 적용 전에 일반분양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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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단계 조합 "마이너스 옵션 검토"

주민 이주가 진행 중이거나 이주를 앞둔 단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 처했다. 사업 속도상 2~3개월 안에 분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어려운데, 이주비 대출 이자 등 비용 때문에 마냥 사업을 지연시킬 수도 없는 입장이다. 서초구 방배5구역, 송파구 진주 등이 이런 단지다. 조합이 정부를 상대로 위헌 소송에 나선다고 해도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 결국 조합들이 일반분양의 경우 외부 골조와 마감재 등 최소한의 자재만 넣은 채 분양하는 '마이너스 옵션'으로 공사비를 절감하는 방안을 선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관리처분 인가 전 단계에 있는 단지에서는 '1대1 재건축'(일반분양 없이 기존 조합원 수만큼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등 설계 변경이 대응 방안의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정비계획 변경에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 승인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건설업계 중론이다.

초기 재건축 "상한제 풀리기만 …"

사업 초기 단계 단지들은 예정대로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되 향후 시장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표적 초기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강남구 대치동 은마 등은 현재 서울시의 제동으로 사업 진행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업계에선 일반분양까지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분양가 상한제의 직접적 영향권에는 들지 않기 때문에 일단 안전진단 통과, 사업시행 인가 등 관리처분 인가 전까지 절차에 속도를 내는 것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조합 내부에서 자금 부담이 큰 사람과 적은 사람,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자는 파와 재검토하자는 파 사이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조합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돼 새 아파트 공급이 늦어지는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송원 기자(lss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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