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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평택시 수도과 '브레인' 그들은 지금?…숨겨진 '노고'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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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 십번씩 '수압 게이지' 확인…'2025 연차별 수도시설 확충 및 개량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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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생각하면 아찔하죠. 솔직히 지금도 기억조차 하기 싫습니다."

바로 1년 전 얘기다. 경기 평택시에 '수돗물 단수사태'가 벌어진 건 지난해 여름 7월 25일.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울 정도로 한낮 온도가 영상 41도까지 치솟는 살인적인 더위였다.

이런 날씨에 무려 이틀 동안 수돗물이 나오지 않은 곳은 평택시 청북면 일대 1만1000가구였다. 하루 5만t 정도 사용되는 물이 공급되지 않은 거다.

당시 주무 부서에선 수원과 화성시 등 인구증가에 따른 상류지역 물 사용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하류지역인 평택까지 내려오는 광역상수도 수압이 떨어져서 발생한 일이라고 윗선에 보고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를 붙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물 사용량 증가로 인한 영향도 크다고 평택시민들에게 긴급 문자까지 발송한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이런 내용으로 긴급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공식 견해를 내놨는데, 이날 브리핑 내용은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일부 공무원의 허위보고였다.

그 여파는 평택시 공무원의 '땅바닥 신뢰도'로 돌아왔고, 정 시장 역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사실 '단수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노후로 인해 가동이 멈춰선 '가압장'이었고, 이미 예견된 사고였다.

가압장은 배수지에 물을 담기 위한 절대적인 펌핑 시설이다. 배수지는 시스템 특성상 대부분 높은 지형에 설치되는데, 시간당 3000t씩 끌어올리는 가압시설이 없으면, 빨리 배수지를 채울 수가 없다.

결국 허위 보고로 상황을 악화시킨 공무원들은 바로 '인사 조치됐고, 이른바 토목 전문 '브레인' 인력으로 새롭게 꾸려진다.

허만무 과장(5급)과 이인종 행정팀장(6급), 신상윤 공무팀장(6급), 조대식 주무관(7급) 등이 지금 평택시 수도과에서 근무하는 팀원들이다.

이들은 지난 1년간 잠시도 쉴 틈 없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 다시 수돗물 공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과 임무가 주어졌기 때문인데,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청북2 라인가압시설과 세교가압장, 지산가압장 , 그리고 낡은 '수도관 정비' 사업이었다.

수도과 공무팀은 사고가 난 오성면과 청북면 일대 청북2 라인 가압장 펌핑 시설을 우선으로 하고, 지난해 10월 공사를 완료했다. 이미 설계가 마무리된 터라, 다행히 공사 기간도 2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실 가장 큰 고민은 따로 있었다. 10만 가구 이상 공급시설을 갖춰야 하는 세교(공급규모 7만 3000가구)와 지산가압장(공급규모 3만 가구)건립이었다.

만일, 2개의 시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평택에 제2의 '수돗물 단수 사태'는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때부터 수도과의 모든 인력과 행정력이 가동된다. 설계에서 착공에 이르기까지 채 2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결국 2개의 가압장은 지난해 10월 동시 착공해 올 12월쯤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미 펌핑 시스템은 지난 5월 모든 성능 실험을 거쳐 정상 가동 중에 있는데, 만약 이 공사가 1개월이라도 늦어졌다면, 제2의 수돗물 단수사태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허 과장은 "가압장 전체 공정은 아직 남아 있지만, 다행히 물 사용량이 가장 많은 7~8월 전에 펌핑 시설이 완료돼 이상 없이 가동되고 있다"면서 "이 모든 것이 직원들에 열정과 노고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못했을 거다"고 잔잔한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오기까지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노력이 뒤따라야 했다. 공사는 밤낮없이 24시간 이어졌고, 공무원들 역시 밤새는 날이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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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팀장과 조 주무관은 "가압장 주요 시설인 펌핑 시스템이 완료되기까지는 정말 앞이 깜깜했습니다. 이제야 웃으면서 얘기 할 수 있지만,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하루도 마음 편히 잠자리에 든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애환을 쏟아냈다.

시공을 맡은 건설사의 역할과 여정도 크다. 이 공사만큼은 건설사 대표까지 예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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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희 JH건설 대표와 이병표 시티건설 대표는 "건설 밥 먹은 지 30년 가까이 되는데, 이번 공사는 아마 평생 기억될 겁니다. 주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진 어려운 공정보다 정작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평택시민들이 또 한 번 물난리 고통을 겪게 된다는 인식이 사실상 더 힘들었다"면서 "우리야 돈을 버는 일이라고 하지만 밤낮없는 공사현장에서 힘든 일을 함께 헤쳐나간 공무원들의 노고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겨우 한숨은 돌렸지만, 수도과 팀원들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어디까지가 종점인지 기약하기 힘들다. 후속 프로젝트는 '노후관 교체' 사업이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차별 수도시설 확충 및 개량 계획'을 세웠는데, 여기엔 배수지, 가압장 증설과 송, 배수 노후관(175㎞) 교체 등이 담겨 있다. 사업비만 2400억 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내년부터 2021년까지 300억 원을 들여 평택 북부와 남부, 서부지역으로 나눠 총 44㎞ 구간의 노후관 교체 사업이 추진된다.

그렇지만 사업 규모만큼이나 애로와 고민도 적지 않다. 인력 확충과 재원 마련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무엇보다 턱없이 부족한 행정인력은 업무 효율과 신속성을 꽉 막고 있다. 인구 50만명이 넘는 인근 자치단체와 비교가 될 정도로 평택시 수도과 행정 인력은 10년전 수준이다.

이 팀장은 "사실 지난해 일부지역 단수사태 이후로 업무와 관련된 시스템이나 팀원들의 마인드 조차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어느 부서나 어렵고 힘든 건 마찬가지겠지만, 지금 평택시 수도과의 업무 실정, 그리고 향후를 보더라도 인력난 해소는 절실하다"고 전했다.

'특별 행정서비스'계획도 세웠다. 바로 '수돗물 안전 안심 확인제'다.

평택시에선 처음 시행하는 제도인데, 우선 공동주택과 일반주택 등에 적용된다. 현장에 직접 공무원들이 나가 수질검사와 물 관리 요령 등을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현재 평택시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약 27만t 정도인데, 내년이면 약 2만t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아침마다 머리를 맞대는 평택시 수도과 팀원들. 하루에 수 십 번씩 '수압 게이지'를 확인하고 있다.
(평택)정태석 기자 jts5944@ajunews.com

정태석 jts5944@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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