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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울며 음식 나눠주던 방글라데시 “로힝야족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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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사태 2년, 마르지 않는 눈물] <중> 돌아선 방글라데시

“난민캠프 생긴 후 생필품값 50% 급등… 근로자 임금 떨어져 임금 악화”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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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선 방글라데시.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절) 연휴 마지막 날이던 지난 17일 오후 가족과 함께 콕스바자르 해변을 찾은 한 여성이 벵골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미얀마 군부의 학살을 피해 물밀 듯 들어온 로힝야족 난민들을 두 팔 벌려 맞았던 방글라데시 국민들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난민들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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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에 온 난민들은 먹기만 하고 일을 안 해요. 국민들은 일을 해도 배가 고파요. 이게 말이 됩니까?” (다카의 29세 우버택시 기사 모하맛 헬랄)

“(미얀마) 시민권 보장 문제는 그들의 문제고, 우선 방글라데시를 떠나야 해요! 2년 동안 해줄 만큼 해줬어요. ” (콕스바자르의 19세 카페 종업원 아카시 칸티 데이)

19일까지 만 나흘을 방글라데시에 머물면서 만난 시민들은 지난 2년 전과 확연히 달랐다. 없는 살림에도 2017년 8월 25일부터 미얀마에서 국경을 넘어온 로힝야족 난민들을 끌어안고, 같이 울면서 음식을 나눠줘 전 세계를 감동시켰던 그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다카 사무소 관계자는 “2년이 지났지만 로힝야 난민 송환 협상은 지지부진하고 출산으로 난민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라며 “정착난민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각종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방글라데시인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난민사태가 발발했을 때만 해도 무조건적인 난민수용 원칙을 천명, ‘인도주의의 어머니’로 불리며 단숨에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이제 자국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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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17일 방글라데시 남부 콕스바자르 인근 로힝야 난민 캠프(27) 내 풍경. 광범한 지역에 로힝야족 난민들이 들어서면서 농지와 산림 파괴에 대한 현지인들의 불만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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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로힝야족 난민들이 방글라데시 현지에 사회,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방글라데시 정책연구소(PRI)와 최근 실시한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콕스바자르 주변 로힝야 난민캠프 인근의 생필품 가격은 2년 전보다 50%가량 상승하고, 근로자들의 임금은 떨어져 빈곤율이 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글라데시 내 로힝야 난민은 지난 2년 동안 74만명이 더해져, 이전에 들어온 로힝야족과 함께 지난 15일 기준 91만2,852명(공식집계)에 달한다. 현지 방송 나고릭TV의 아미물 핫산(28) 기자는 “공식집계와 달리 정부는 로힝야 난민 수를 110만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가 집중된 쿠투팔롱 지역의 상점 주인 안와르 호센(30)은 “로힝야 난민들이 오기 전에는 하루 2,000타카(약 2만8,000원) 매출을 올렸지만 지금은 4,000타카 이상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이 많아진 이유도 있지만, 쌀 등 각종 상품 가격이 오른 영향도 있다는 설명이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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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난민-분포-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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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득은 낮아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현지 매체 더 데일리 스타는 “밀려든 난민들 때문에 근로자들의 임금은 사태 발발 전 하루 417타카(약 5,900원)에서 이후 357타카(약 5,100원)로 떨어졌다”라며 “난민사태 이후 안전을 이유로 방글라데시-미얀마 국경을 이루는 나프강에서의 어로 활동까지 금지돼 3만5,000여명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프강을 끼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이를 통해 올리던 연간 7만타카(약 100만3,000원)의 수입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 방글라데시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1,500달러(약 181만원) 수준이다.

농지와 산림, 야생동물 서식지 등 자연환경 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난민들에게 사실상 강탈 당하다시피 한 농경지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주민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일부 로힝야족 난민에 의한 각종 범죄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지인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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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다시 묵게 된 호텔도 2년 전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호텔 현관 로비에 새로 설치된 엑스레이 장비 등 보안 검색대. 현지 관광업계는 대규모 로힝야족 유입이 지역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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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스바자르 한 호텔의 매니저 모하맛 압둘라 루벨(32)은 “난민들이 캠프를 이탈해 콕스바자르, 치타공 등지에서 강도 행각을 벌인다는 소식에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라며 “관광객이 끊이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 호텔은 최근 로비에 금속 탐지기 등 보안 검색 시설을 갖췄다. 루벨은 “캠프를 벗어난 난민들은 우선 남의 돈을 뺏는 게 일”이라며 “최근엔 마약까지 갖고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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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는 그렇지 않아도 테러 위험이 높은 곳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일부 국가 공관에서는 가족 동반을 권장하지 않을 정도다. 난민들에 의한 범죄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우려는 더 높아지고 있다. 방탄유리 출입문을 단 다카 시내의 한 한식당 입구를 직원이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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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콕스바자르에서 남쪽 테크나프로 연결되는 국도 1호선 변에는 ‘관광객 여러분은 우리가 보호합니다(We care tourist)’는 문구가 적힌 경찰 안내판이 이상하리만큼 많이 눈에 띄었다. 300~500m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데, 2년 전에는 없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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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스바자르-테크나프 국도 1호선에서 자주 목격되는 경찰 입간판. 2년 전에는 없던 것들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그 만큼 불안해 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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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선을 이루는 나프강 변에는 차단벽 설치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시작된 공사로, 강을 건너 방글라데시로 상륙하는 난민들을 막기 위한 조치다. 현지 안내를 맡은 가이드는 “정부가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업을 펼치는 것은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고,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난민들은 사태 발발 2주년(25일)을 맞아 지난해처럼 관련 기념행사 계획을 세워 놓고 있지만, 당국은 20일 현재까지 허가를 보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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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강변으로 새로 설치되고 있는 차단벽. 여전히 나프강을 통해 방글라데시로 들어오고 있는 로힝야족 난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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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찾은 콕스바자르-테크나프 국도 1호선 구간에서 접한 나프강 풍경. 멀리 보이는 땅이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로, 로힝야족들이 살던 곳이다. 작은 배 하나가 나프강을 건너오고 있다. 현지인들은 방글라데시로 피란하는 로힝야족이라고 했다. 현재 이곳은 일체의 어로활동이 금지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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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위 사진을 확대한 사진. 자세히 보면 배가 아니라 뗏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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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내 송환 개시를 목표로 했던 하시나 총리는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총력 질주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가진 고위 회담에서 “100만명이 넘는 로힝야 난민들에게 주거지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큰 부담”이라며, 간접적으로 지원을 요청했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영국의 답변을 받아냈다. 이에 앞서 지난달 4일에는 중국을 공식 방문,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을 만나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얀마에 대한 우회적 압박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지 정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민이 난민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반발하면서 총리가 외부로 더 손을 벌리는 형국”이라며 “앞으로 총리의 정치 생명에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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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시민들이 국부로 추앙 받는 셰이크 무지부르 하르만 초대 총리 기일 행사에 참석, 가두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목적지는 하르만 총리 기념 공원으로 그의 기념비 앞에 헌화한다. 하르만 전 총리는 셰이크 하시나 현 총리의 부친으로, 하시나 총리의 확고한 정치적 기반이다. 로힝야족 난민 문제는 선친의 후광을 업고 올 초 4선에 성공한 하시나 총리가 풀어야 할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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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ㆍ콕스바자르(방글라데시)=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