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 정상회담서 30일 이내 '백스톱' 대안 마련하라 최후통첩
英 언론 등 '노 딜 브렉시트' 근접 해석 일색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브렉시트 갈등의 핵심 원인인 '안전장치'(백스톱 backstop)의 대안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해 일단 재협상의 불씨를 남겨두었다.
22일 CNN과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전날 총리 취임 후 처음 베를린을 찾은 존슨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며 "30일 안에 해법을 찾는 게 왜 안 되겠는가. 그리고 나면 다음 단계에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브렉시트에 따른 혼란을 막고자 영국을 유럽연합(EU) 관세동맹에 당분간 잔류시키는 '백스톱'은 존슨 총리의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EU와 합의한 내용이지만 존슨 총리를 비롯한 브렉시트 강경파들의 비판을 받았다.
관세 동맹에 남게 되면 사실상 브렉시트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게 강경파들의 주장이다.
'백스톱' 폐지를 주장해온 존슨 총리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으로 백스톱을 대체해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국경에서 예상되는 엄격한 통관·통행 절차(하드보더) 시행에 따른 혼란을 피할 수 있다고 EU에 제안했다.
EU는 '백스톱' 폐기는 불가하고 존슨 총리의 제안이 구체적이지도 않다며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했으나, 메르켈 총리는 30일 시한을 제시하며 영국이 테이블 위에 대안을 올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존슨 총리는 30일 시한에 대해 "빡빡한 시간표를 환영한다. 정치적 교착 상태를 풀 실질적 해법을 찾는 것은 우리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메르켈 총리의 선거 캠페인 슬로건을 인용하며 독일어로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하자 메르켈 총리와 취재진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더 타임스는 이날 유화적인 분위기가 22일로 예정된 존슨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 프랑스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를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영국은 메르켈과 마크롱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을 것"이라며 양국 사이에는 담배 종이만큼의 빈틈도 없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30일 시한을 제시했지만, 영국이 내놓는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존슨 총리가 실제로 '노 딜' 브렉시트를 피해 보려고 생각을 바꿨는지 파국의 책임을 EU에 떠넘기기 위한 전략으로 재협상 카드를 꺼냈는지도 불분명하다.
2002∼2006년 주영 독일 대사를 지낸 토마스 마투섹은 BBC 라디오4에 출연해 "메르켈은 존슨에게 절대 백스톱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메르켈은 영국과 협상하기 위해 아일랜드를 버스 아래로 던져버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취임 전부터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으나 영국의 EU 탈퇴 시한인 10월 31일이 가까워져 오면서 영국은 물론 '백스톱'한쪽 당사자인 아일랜드에서도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번 주말로 예정된 가나 방문을 취소하고 존슨의 '노 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들을 소집했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EU 집행위원회 농업 분야를 맡은 필 호건 집행위원은 "존슨 총리는 자신을 현대판 처칠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러나 노 딜이 현실화하면 영국 정부 내에 남은 유일한 처칠의 유산은 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피해만 남기는 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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