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이 내심 반기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국은 지소미아를 미국이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중국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의 기관지 중국청년보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경제·무역 분야 분쟁이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여러 차례 중재에 나섰으나, 이번엔 미국의 입김이 어느 쪽에도 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현재 한·일 관계는 1965 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시기이며, 경제·무역 분야 갈등이 안보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일 긴장이 계속되면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에 심각한 영향이 생길 것을 우려해 지소미아가 파기되는 것을 원치 않았는데 한·일 그 누구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오후 3시 시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종료 직후 상임위원들로부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을 보고 받고나서 1시간 후 협정 종료 결정을 재가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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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지난달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이후 미국 측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이 나서 한국과 일본 정부에 양국 협력과 지소미아 유지를 당부했다. 미국 측은 경제 갈등 때문에 지소미아가 흔들려서는 안 되며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려면 지소미아가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청년보는 한·일 관계가 나빠질 때 미국이 관여에 나서는 것이 전통이지만, 미국의 목적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지키는 것 하나뿐이라고 했다. 또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 구축에 기초를 둔 지소미아가 파기되면서 한·미·일 군사 동맹에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해외판인 해외망은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에서 지소미아가 체결될 당시 한국 국민의 반대 여론이 컸다는 것과 중국, 북한도 협정 체결에 반발했다는 것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특히 당시 중국 외교부가 ‘(지소미아 체결) 관련 국가들이 냉전시대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정보·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한반도의 대립을 심화시키고 동북아에 불안정을 유발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소개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현재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군사협력을 할 때는 관련국이 해당 지역 다른 국가들의 안보 우려를 존중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미국을 사이에 두고 이뤄진 한·일 군사협정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 보고 불쾌감을 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국) 정상회의에서 기념 촬영 전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를 지나가고 있다. /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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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청와대는 이날 오후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해 양국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은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올해 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 기한인 24일보다 이틀 앞서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했다. 지소미아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 23일 체결된 군사협정이다. 그전까지 미국을 거쳐 공유하던 군사기밀 정보를 한·일이 미국을 통하지 않고 직접 공유하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연장되며, 90일 전 어느 한 쪽이 파기 의사를 서면 통보하면 협정이 자동 종료된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지소미아는 2017년, 2018년 두 차례 연장된 후 3년 만에 끝이 났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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