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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청와대 지소미아 깼다…한·미·일 안보지형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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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거쳐 문 대통령이 재가 … 발표 11분전 "윤전기 세워라"

"한국 노력에 일본 무반응, 협정 지속은 국익 부합 안 해"

고노, 남관표 불러 "극히 유감" 미국 "이견 신속 해소를"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NSC 상임위 결과를 보고받고 있다. 정부는 이날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문 대통령, 노영민 비서실장,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사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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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끝냈다. 일본의 수출 보복에 초강수를 던진, 전형적인 ‘눈에는 눈’ 국면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한·일 군사 정보 교류를 중단한 것 이상이다. 지소미아는 미국의 적극적인 의사에 따라 추진된 한·미·일 3국의 주요 군사 협력 틀이자 중국을 견제하려 미국이 그린 동북아 전략의 한 축이다. ‘북·중·러 대(對) 한·미·일’이라는 전통적인 안보 지형에 균열을 낸 것으로, 차제에 새 판을 짜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청와대는 2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 청와대는 “파기라는 용어는 마치 우리가 어떤 부분을 어겼다는 의미”라며 굳이 ‘파기’ 대신 ‘종료’를 택했다. NSC 사무처장인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일본 정부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통보시한(24일) 내에 이를 알릴 예정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은 이와 관련,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이날 오후 9시30분 초치해 항의했다. 고노 외상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상황에서 한국이 동아시아 안보 환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며 “한국은 전혀 다른 차원인 수출 관리 문제를 지소미아와 혼동하고 있다는 점을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밤 담화문을 통해 “안전보장 환경을 완전히 오인하는 대응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라며 “한국 정부에 단호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대변인인 데이비드 이스트번 중령은 성명에서 “정보 공유는 공동의 안보 정책과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핵심”이라며 “미국과 일본, 한국이 연대와 우의로 함께 협력할 때 우리 모두는 더 강하고 동북아는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이 이견 해소를 위해 협력하길 촉구한다”며 “양국이 신속하게 이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NSC 상임위는 2시간가량 토론 뒤 대통령 집무실 소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1시간가량 추가 토론을 벌였다. 이때부터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참석해 사실상 ‘NSC 전체 회의’가 열렸다.

나경원 “국익보다 정권 이익에 따른 결정 … 조국 지키기 위한 것”

논의 뒤 결론이 ‘지소미아 연장 종료’로, 문 대통령이 이를 최종 재가했다.

지소미아 종료는 많은 전문가의 예상과는 다른 결론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발표 11분 전 “윤전기는 세우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청와대에 따르면 내부적으로도 지난달 말까지는 ‘미래의 한·일 관계’를 염두에 두고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는 흐름이 강했다고 한다. 지난달 초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제한 조치가 있었고, 당시 정의용 실장 등 당국자들이 지소미아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말 그대로 ‘카드’ 성격이었다. 그러나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고 한다. 두 차례 특사를 보내는 등 꾸준히 협상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일본이 무대응으로 일관한 점이 지소미아 종료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는 게 청와대의 얘기다. 특히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화에 나서면 기꺼이 손을 잡겠다”며 전향적인 대일(對日) 메시지를 냈지만, 일본에선 아무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소미아 종료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청와대가 특별히 신경을 쓴 게 미국과의 관계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가 종료됐다고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이 와해된 건 아니다”라며 미국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많이 했다. 청와대는 “미국이 우리 정부의 이번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미·일을 축으로 놓고 그린 동북아의 안보 그림을 한국이 깬 셈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NSC 상임위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지소미아 연장 여부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가 “어려울 땐 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칙대로 결정했다”며 "국가 이익이라는 것은 명분도 중요하고 실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발언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결국 이 정부가 국익보다는 정권의 이익에 따른 결정을 낸 것 아닌가”라며 "조국으로 어지러운 정국과 무관하지 않을것이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어 "전통적인 한·미 동맹, 한·미·일 공조보다는 북·중·러 체제로 편입하겠다는 내심을 보여준 것”이라며 "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만의 조국(曺國)을 지키기 위해 온 국민의 조국(祖國)을 버렸다”고 비판했다.

권호·위문희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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