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부터)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0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환영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2019.8.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은 반전이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조치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협력'을 강조하고 전방위적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온 만큼 지소미아를 연장하거나 조건부로 유지하는 선택을 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다. 일본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돌이켜보면 반전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전날 접점찾기에 실패하고 평행선을 달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대한 소회였다. 출구찾기에 실패한 상황에서 강대강 대치에 따른 갈등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암시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베이징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 결정 방향에 대해 "결과가 이렇다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한일 회담 논의를 감안해 청와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강 장관과 양자회담에서 양국 신뢰훼손과 안보상 이유로 감행한 화이트리스트 지위 박탈 조치 철회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빈손 회담이 된 회동 결과를 감안하면 지소미아 연장보단 종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발언이었던 셈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 전인 이날 오전 10시45분쯤 정부서울청사의 이낙연 국무총리 집무실을 찾은 것도 이례적이었다. 정 실장과 이 총리가 지소미아 종료 관련 협의를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날 오전 방한 중인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뒤 회동 결과를 설명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발언도 곱씹어볼 만하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신중히 검토해서 우리 국익에 합치하도록 판단을 잘 하겠다"고 답했다. 철저히 국익 관점에서 따져보겠다는 언급이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6시20분 NSC 상임위원회 개최 결과를 설명하면서 "정부는 일본이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해 양국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지속시키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발표되기 직전인 이날 오후 6시9분 유송화 청와대 춘추관장은 NSC 논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윤전기는 세우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들의 예상과는 다른 결론이 발표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발언이었다.
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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