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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지소미아 종료 후폭풍]정부의 초강수, ‘일본 재무장 용인’ 고려하는 미국 겨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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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치적 활용보다 한·미·일 관계 변화 모색한 ‘큰 그림’ 가능성

한국을 미·일동맹의 종속변수로 편입하려는 의도 저지에 나선 듯

북·미 대화 재개 지연 등 어려운 안보 환경서 한국 외교 ‘험로’ 예상

경향신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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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무역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청와대가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강경 자세를 보이자 미국과 일본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의 GSOMIA 중단 결정은 후폭풍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한국 정부도 이를 충분히 예상하고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일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가 전면 중단되고 북·미 대화도 아직 재개되지 못하는 등 안보적으로 한국이 쉽지 않은 환경에 처한 상태에서 벌어진 것이어서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강한 우려와 실망감’(strong concern and disappointment)을 표명했다. 동맹국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한국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GSOMIA를 중단시키는 조치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미국도 이해했다”고 설명해 마치 미국이 양해한 것처럼 비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하며 미국은 애초부터 GSOMIA 종료에 반대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이번 청와대의 결정이 앞으로 한국의 외교안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청와대가 GSOMIA를 종료시키는 초강수를 둔 배경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만 분석이 가능하다. GSOMIA 종료는 일본보다 미국을 염두에 둔 조치에 가깝다.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왜 미국을 자극하는 조치를 취했는지가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번 문제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한·일 갈등 차원을 넘어 미국의 아시아 전략과 한·미, 한·일, 한·미·일 관계의 구조적 변화를 모색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달 미국에 다녀온 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와 유사한 언급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 차장은 당시 “미국 상·하원에 가서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더 중요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재무장한 일본을 위주로 나머지 아시아 국가는 종속변수로 해서 아시아에 대한 외교정책을 운용하려는 것인지 물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일본의 행동을 방치하고 관여하지 않는다면 한·미동맹을 미·일동맹의 하부구조로 삼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미국이 이번 사태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을 보고 미국이 일본의 재무장을 용인해 한국을 미·일동맹의 종속변수로 편입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판단, GSOMIA를 중단하는 강경 대응으로 이를 저지하려 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차장이 23일 “정부는 이번 결정이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시켜 더욱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한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만약 정부의 이번 결정이 한·미·일 관계를 구조적 변화시키려는 구상이라면 향후 한·미 사이엔 많은 변화와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한국 외교의 가장 어려운 과제를 지금 다뤄나갈 충분한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직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모든 사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내린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청와대가 GSOMIA 종료 배경 설명으로 내놓은 현재 외교안보 환경에 대한 진단은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진 인식이어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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