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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美 "지소미아 연장하라" 대놓고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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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미국재향군인회 주최 `아메리칸 리전`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앞두고 청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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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국을 향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되는 11월 22일 이전에 생각을 바꾸라며 공개 압박에 나섰다. 한국이 최근 실시한 독도 방어훈련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가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주제로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와의 대담 형식으로 주관한 강연에서 "일본과 한국이 불화를 빚을 때 유일한 승자는 우리의 경쟁자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은 한일 양국이 가까운 시기 내에 관계를 회복시킬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에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일 양국을 향해 "그들의 차이를 다루기 위한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가 지소미아 연장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우리의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현해왔다"며 "이번 결정이 일본과의 양국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우방 및 동맹들의 안보 이익에 있어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문정부에 여러 차례 명확히 해왔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줄줄이 나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라는 압박에 동참했다. 이미 한국 정부에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언론을 통해 공론화까지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 국무부 당국자들이 외신기자들과 만나 "오늘 이 문제를 말하는 이유는 서울이 미국 안보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좌시할 수 없는(we can't sit quiet for) 문제"라면서 "완전히 기회를 상실한 것은 아니며 회복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한국이 미국을 통해 일본과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그런 방식은 핵무장을 한 북한과 마주할 때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 당국자는 2016년 지소미아 체결 이전에 한·미·일 3국이 군사정보를 공유한 방식에 대해 "위기 상황에서 번거롭고 사실상 쓸모가 없다"며 "특히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있을 때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는 한국이 최근 실시한 독도 방어훈련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로이터통신은 국무부 당국자가 "양측 지도자 사이의 분쟁이다. 양쪽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들이 있었다"고 한일 양국 공동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실제로는 지소미아 종료와 독도 방어훈련 쪽에 무게가 실렸다고 평가했다. 일본보다 한국 책임론을 더 강하게 제기한 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우대조치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시행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에서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독도가 누구의 땅인가"라고 반문한 뒤 "누구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 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훈련은 우리의 정례적 훈련이며, 국가의 주권이나 안위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행위가 쉽게 얘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선언 당시 "미국이 이해했다"는 청와대 설명에 대한 진위 논란과 관련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소미아 종료선언 직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일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볼턴 보좌관이 정의용 실장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실망감을 표출했다'는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다, 그런 가짜뉴스는 매우 아쉽고 그런 대화가 일어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에서 한국 책임론을 부각하며 한일 간 대화를 종용하고 있는 것은 지소미아 종료와 독도방어훈련 등 일련의 조치가 미국 국익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라는 인식의 발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도 궁극적으로 미국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화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실제 피해가 발생할지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다. 반면 지소미아 문제를 중심으로 군사적으로 한일 양국이 갈등을 빚는 것은 미국이 구축해놓은 동북아 안보 프레임을 흔드는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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