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유죄가 인정된 뇌물 혐의에 대해 다른 범죄 혐의인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등과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한다. 범죄 혐의를 묶지 않고 분리 선고하면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을 불러온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은 더 매서운 사법 심판을 받게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정농단의 핵심 사안에서 중대한 불법이 있었던 사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고 박영수 특검도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순실 씨 측 변호인은 포퓰리즘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확정판결까지는 더 기다려야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유·무죄는 모두 가려졌다. '비선 실세'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 3년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우리 헌정사에 엄청난 오점을 남긴 총체적 비리로 주권자들로부터 이미 역사적 심판을 받고 있다. 향후 최종 판결은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져 민주주의 발전과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
이 부회장에 대해서도 뇌물 혐의가 늘어났고 횡령액이 증가한 만큼 징역형 실형 선고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은 이날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문을 내고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면서 위기 극복과 국가 경제 기여 등을 위해 국민의 성원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삼성이 정경유착 관행을 인정하고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현실을 말해준다. 삼성은 국정농단 사건뿐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수사, 이른바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노조 와해 의혹 수사 등을 잇달아 받으며 끊임없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운 상황과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비중 등에 비춰 이 부회장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대법원 판결은 그런 인식과 관행에도 철퇴를 가한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삼성은 이번 판결을 권력과 유착하지 않는 투명 경영에 매진해 명실상부한 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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