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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무역전쟁, 1930년대 대공황기와 유사…WTO·글로벌리더십 약화 등 위험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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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세계경제의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한치 양보없이 진행중인 무역·환율 전쟁이 1930년대 대공황을 유발했던 관세인상 등 보호무역주의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미중 무역분쟁을 과거 사례와 비교 분석한 결과, 관세·기술·환율 분쟁의 복합적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1980년대 미일 무역분쟁과 비슷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무기력해지고 글로벌 리더십이 자국 우선주의에 의해 훼손된 것은 1930년대 대공황기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8일 국제금융센터의 ‘미국 대공황기 등의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무역분쟁 비교’ 보고서를 보면, 과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졌던 것은 1930년대 대공황기를 비롯해, 1971년의 닉슨 쇼크, 1980년대 미일 무역분쟁 등 여러 차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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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대공황기엔 미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스무트-홀리(Smoot-Hawley)법을 제정해 관세를 인상하고, 이에 맞서 영국 등의 금본위제 이탈하면서 경쟁적 보호무역주의의 악순환에 빠졌다.

미국은 스무트-홀리법에 따라 2만개 이상의 수입품에 대해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해 관세대상 품목의 평균 실효관세율이 1929년 40%에서 1932엔 59%로 높아졌다.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해 영국을 시작으로 25개 주요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통화가치를 절하했으며, 이와 동시에 보복관세 부과를 부과했다. 결국 세계경제는 대공황에 빠졌고, 그 후유증은 2차 세계대전으로 연결됐다.

1971년 닉슨쇼크는 베트남 전쟁 등에 따른 미국의 재정·무역 수지 적자 확대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자 프랑스·벨기에 등이 보유달러를 금으로 교환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미국이 달러의 금태환을 정지하고 10% 추가관세 부과하면서 세계경제가 큰 충격에 휩싸이며 침체에 빠졌다.

1980년대 미일 무역분쟁은 일본의 경제적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대일 수입품에 대한 쿼터제를 실시하고 관세율을 인상하면서 시작했다. 미국은 1981년 일본산 자동차에 수입쿼터를 부과했고, 1983년에는 700cc 이상의 일본산 모터사이클에 대한 관세를 4.4%에서 49.4%로 인상했다.

이어 1986년에는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의 평가절하에 나섰고, 1986년에는 반도체 덤핑분쟁에 나서는 등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10여년 간 펼쳤다. 이로 인해 일본 경제는 타격을 받았고 이후 부동산 버블 붕괴가 겹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했다.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지난해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은 관세·기술·환율 분쟁의 복합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측면에선 1980년대 미일 무역분쟁과 비슷하며, WTO 체제가 무기력해지고 있고 이를 관리할 글로벌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선 대공황기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미일 반도체 분쟁처럼 무역분쟁이 국지적으로 진행된다면 세계경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다수 국가들이 상호보복의 악순환에 빠질 경우 경기침체(recession)가 불가피하고, 대공황 사례를 볼 때 환율분쟁이 무역분쟁을 확대할 도화선(trigger point)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최악의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미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대공황이 발생한 것은 세계경제의 구심점 역할을 할 헤게모니 국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헤게모니 안정이론’을 제기했는데,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중시하고 있어 이 이론이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패권국의 대두와 기존 패권국의 패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전쟁을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투키티데스의 함정’은 지난 500년간 신구 강대국간 충돌이 16회 있었으며, 이 가운데 12회가 전쟁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에서 유래했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추구하는 WTO 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무역질서의 형성이나 미중 간 국제분업 및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 국제 정치·군사의 패권확보 등이 단기간내 성취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도

무역분쟁의 장기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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