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등 관영매체서 맹비난 / “美에 ‘홍콩 인권법안’ 통과 요청 / 닭이 족제비에 보호요청하는 꼴” / 중고생 수천명 반발 ‘인간띠’ 시위
성조기를 들고 있는 홍콩 시위대. 홍콩=연합뉴스 |
중국이 지난 주말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에 도움을 요청한 홍콩 시위대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에 맞서 홍콩 중고등학생 수천 명이 9일 홍콩 전역에서 ‘인간띠’ 시위를 벌였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날 시위대를 겨냥해 “폭력 시위자들이 마지노선을 건드렸다.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대한 자살공격”이라고 맹비난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홍콩 고도자치에 대해 어떻게 미국이 이를 정의할 권리가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극소수 분자들이 미국 의회를 향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미 ‘닭무리’가 족제비에게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이런 행위는 일국양제에 대한 자살공격으로, 홍콩 전체 운명을 위협하는,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홍콩 내정에 간섭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당연히 홍콩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미국은 홍콩을 중국을 압박하는 하나의 카드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폭력 피해 시위자에게 경의 표하는 홍콩 시민들. 홍콩 AP=연합뉴스 |
미국은 1992년 만들어진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와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특별대우를 보장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홍콩 자치수준이 일국양제에 부합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미국 대통령은 홍콩 특권 전부 또는 일부를 보류할 수 있다.
중국의 격앙된 분위기에도 홍콩 중·고교생은 시위를 이어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전역에 있는 120여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인근 등에서 손과 손을 맞잡고 인간띠 시위를 벌였다.
교복이나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이들은 ‘5대 요구, 하나도 빠져선 안 된다’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기도 했다. 콰이칭, 야우친몽, 츠완산 등의 지역에서 열린 인간띠 시위에는 각각 수백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홍콩 도심 센트럴에 적힌 '5대 요구, 하나도 빠져선 안 된다' 구호. 홍콩=연합뉴스 |
카오룽 인근 코그니시오고교 밖에서 벌어진 인간띠 시위에서는 한 중년 남성이 현장에 있던 교사를 흉기로 공격해 다치게 했다. 당시 현장을 찍은 동영상을 보면 웃옷을 입지 않은 반바지 차림의 남성이 학생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고, 이를 막으려던 여교사 1명이 손을 다쳤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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