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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북 “북미 실무협상 몇주 안에 열릴 것…좋은 만남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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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성 담화…물밑논의 진전 시사

“미, 대화로 문제 해결하려 해 다행”

실무협상 새 계산법 꺼내

“제도 안전 불안과 발전 장애물

제거될 때라야 비핵화 논의”

‘선후’ 아닌 ‘동시’ 맞교환 표명

“미, 어떤 대안 협상하느냐 따라

가까워질 수도 적의만 키울수도

이번 협상은 조미대화 기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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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이 “가까운 몇주일 안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북한 외무성이 16일 밝혔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오후 ‘미국 담당 국장 담화’(이하 ‘담화’)를 내어 “실무협상이 조미 사이의 좋은 만남으로 되기를 기대한다”며 이렇게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앞서 북쪽은 9일 늦은 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내어 “9월 하순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북-미 실무협상을 하자고 제안했고,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각) “환영”한다고 밝혔다. 실무협상과 관련한 북·미의 물밑 논의가 진전을 이루고 있음을 방증하는 흐름이다.

북쪽은 실무협상에서 자기네가 선호하는 의제와 논의 방식도 밝혔다. 담화는 “우리의 입장은 명백하며 불변하다”며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도 안전 불안”은 이른바 ‘안전보장’ 의제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주목할 대목은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라는 구절이다. 사실상 미국·유엔의 대북 제재를 염두에 둔 표현인데, 북쪽이 ‘제재(완화·해제)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 의제로 공개 언급한 건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처음이다. ‘안전보장’과 ‘제재 완화·해제’를 ‘비핵화’의 맞교환 대상으로 상정한 셈이다.

담화의 관련 문장은 얼핏 ‘선 상응조처, 후 비핵화’ 주장처럼 읽힐 수 있지만, “제거될 때”라는 시제에 비춰 ‘선후’보다 ‘동시’를 뜻하면서도 북쪽의 선호 의제를 강조하는 표현 방식으로 풀이된다.

북쪽은 담화에서 “미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좋은 만남 기대”의 이유다. 이는 북쪽의 실무협상 일정 제안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 매파’인 존 볼턴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서 ‘트위트 해고’하고,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맹비난한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볼턴의 후임을 묻자 방향을 돌려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얘기해 우리는 (북한과) 심각하게 차질을 빚었다. 그는 실수를 했다. 카다피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라. 나는 볼턴 발언 뒤에 김정은이 한 말을 비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해 ‘체제 전복’이나 ‘정권 교체’, 최고지도자 ‘참수작전’ 따위에 동의하지 않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북쪽은 하노이 회담 이후 볼턴을 겨냥해 “대조선 전쟁광신자” “인간 오작품”이라 맹비난(5월27일 외무성 대변인)하며 퇴출을 주장해왔다.

다만 북쪽은 이날 담화에서도 ‘9일 최선희 담화’와 마찬가지로 미국을 향한 의구심을 숨기지 않았다. 담화는 “미국이 어떤 대안을 가지고 협상에 나오는가에 따라 앞으로 조미가 더 가까워질 수도 있고 반대로 서로에 대한 적의만 키우게 될 수도 있다”며 “이번 실무협상은 조미 대화의 금후 기로를 정하는 계기”라고 주장했다. “미국 쪽이 조미 실무협상에서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 ‘최선희 담화’와 같은 맥락이지만, 표현은 한결 순화됐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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