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7 (월)

[사설] 내일 검찰개혁 당정협의, 조국 수사 방해하려는 건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국 일가 전방위 증거인멸 정황 / 與, ‘적폐수사’ 땐 관심 안 두더니 / 공보준칙 강화, 서두를 일 아니다

세계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전방위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검찰이 30여곳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한 직후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증권사 직원과 함께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한다. ‘조국 펀드’ 운용 보고서가 인사청문회 직전 급작스럽게 조작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은 어제 조국 펀드 의혹의 핵심인 5촌 조카 조범동씨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배임,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씨가 청문회 직전 정 교수와 연락해 증거조작을 모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조 장관 부인 소환이 임박한 시점에서 정부와 여당은 내일 당정협의를 열어 공보준칙 강화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개혁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법무부는 자체 훈령인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 공보준칙’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수사 중인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게 하는 내용과 이를 어기면 대검찰청이 직접 감찰을 받는 등 처벌조항도 담겼다고 한다. 조 장관 부인을 포토라인에 세우지 못하게 하고 피의사실 공표를 막기 위해 서두르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어제 “조 장관이 추진하는 공보준칙 개정은 수사 탄압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가족과 관련자들이 수사받는 상황에서 조 장관은 이 문제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전 검사장은 검찰 내에서 피의사실 공표죄를 처음으로 공론화하고 울산 경찰관을 입건한 인물이다. 검찰 내에선 “조 장관 가족이 수사받는 과정에서 검찰 수사를 사실상 옥죄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여권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이른바 ‘적폐 수사’ 때는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로남불’이란 비판도 나온다.

피의사실 공표는 불법이지만 고위공직자나 흉악범 등의 경우엔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적으로 고려돼 왔다. 언론 보도가 제한될 경우 국민의 알 권리를 어떻게 확보할지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공감대 없이 서둘러 개정할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법무부와 여권의 공보준칙 강화는 자칫 개혁을 빙자해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설령 공보준칙을 강화하더라도 이번 사건은 예외로 하는 것이 맞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