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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최보윤의 뉴스를 입다] 텀블러는 親환경, 점프 슈트는 親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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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패션은 메시지

조선일보

정장에 백팩, 한 손엔 텀블러. 15년 전 탤런트 조인성이 드라마를 통해 유행시킨 슈트+백팩+스니커즈 패션과 거의 흡사하다. 정장엔 서류 가방, 구두라는 정석을 비튼 '부조화의 조화'로 '성공한 뉴요커'들이 특히 선호하는 패션이기도 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강남 좌파'의 대명사였던 걸 생각하면 이 차림을 고수한 게 무리는 아닌 듯싶다. 미 블룸버그가 지난해 "백팩 패션은 실용적인 경제 관념 이미지에 대학 신입생 인상까지 더해줄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을 보면 '젊음'에 방점을 둔 것일 수 있다. 백팩 안에 넣지 않고 손에 들고 다니는 텀블러 덕에 친환경을 고수한다는 이미지까지 얹었다. 물론 '텀블러 컬렉션'을 보는 듯 그 종류가 자주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미장센'도 오래가지 못했다. 기자회견과 청문회에 다다르니 텀블러 대신 넥타이로, 백팩 대신 서류 가방으로 바꿔 차려입었다. 정치인이 무얼 입든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정치인에게 패션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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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민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위아래가 붙은 ‘점프 슈트’를 입은 윈스턴 처칠. /영국임페리얼전쟁박물관


1990년 독일 통일에 동의한 소련 공산당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헬무트 콜 독일 총리의 만남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니트 패션이 대표적이다. 정상회담에 딱딱한 정장 대신 콜은 검은색 니트, 고르바초프는 남색 스웨터 차림으로 테이블에 앉았다. 역사는 이를 '평화의 패션'으로 기록했다.

정치인은 패션 유행 1번지이기도 하다. 위아래가 붙은 점프 슈트를 패션으로 승화시킨 건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역할이 컸다. 원래 이름은 사이렌 슈트. 빨리 입고 벗을 수 있어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 대피용 옷이었다. 보일러공이 많이 입어 보일러 슈트로도 불렸다. 옷이 가진 사회성을 제대로 간파한 게 처칠이다. 노동 계층의 호응이 필요했던 처칠은 사이렌 슈트를 자주 입고 언론에 등장했다. 튀어나온 배가 강조될 수 있었지만 처칠은 그 패션으로 사람의 마음을 낚았다. 19세기 이탈리아 통일운동을 주도했던 군인 가리발디는 소매 폭이 넓은 붉은 셔츠를 자주 입어 '가리발디 셔츠'라는 용어도 낳았다. 여성용 블라우스의 원조로 불린다.

패션은 실패했으나 조국 장관이 새롭게 유행시킨 게 있다. 사모펀드 업계에 퍼지는 "내 직업은 마(이너스)통(장)"이다. 기자 간담회에서 "사모펀드 투자 약정금이 마이너스통장과 같은 것"이란 그의 발언에 사모펀드 업계 종사자 단톡방이 불이 났단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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