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14.7% 급등…하루 상승폭 10년 만에 최대
브렌트유, 장중 약 20%↑…걸프전 이후 장중 최대폭
피폭 시설, 2006년 알카에다의 자살 폭탄 공격 후 요새화
드론 몇대의 정교한 공격 막기에는 역부족 드러내
드론 공격 재개 가능성, 공포심리 부추겨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전략비축유(SPR) 저장탱크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생산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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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 두 곳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잠정 중단되면서 국제유가가 16일(현지시간) 14%대 폭등했다. 미국 유가는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공격으로 가동을 멈춘 사우디의 원유설비는 완전 가동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의 보복 공격 여부에 따라 유가가 더 큰 폭의 급등세를 지속할지 우려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드론 몇 대가 중동정세는 물론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공포 심리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설비를 수리하는 것은 쉽겠지만, 10년 만에 최대치로 뛰어오른 에너지 시장을 진정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보다 배럴당 14.7%(8.05달러) 뛴 62.90달러에 장을 마쳤다. WTI는 이날 장중 한때 15.5%까지 올랐다. CNN은 “하루 상승 폭으로는 약 10년 만에 최대치”라고 보도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14.6%(8.8달러) 상승한 69.02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약 20% 폭등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1990년 걸프전 이후 ‘하루 장중 최대폭’의 급등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4일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의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의 원유 설비가 가동을 멈추면서 사우디는 하루 평균 570만 배럴 가량의 원유 생산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미국 내 원유가격을 모니터링하는 유가정보서비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톰 클로자는 “이번 사건은 드론이 페르시아만의 널따란 가공 공장, 파이프라인, 정유시설에 끼치는 심각한 위험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이번 피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강타 이후 미국에 가장 강력한 수준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공격을 받은 사우디의 원유 설비시설은 경비가 삼엄해 2006년 알카에다의 자살 폭탄 테러범들을 태운 차량 몇대의 공격 이후 실질적으로 요새화됐다고 NYT는 보도했다. 하지만 중요 부품을 망가뜨리는 여러 대의 드론에 의한 정교한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피폭 시설이 완전 가동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 송유관이나 정유공장에 대한 공격으로 인한 생산량 부족은 종종 다른 송유관들에 의해 상쇄되곤 하지만, 세계 원유 공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설인 아브카이크의 손실은 보충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NYT는 전했다.
이집트와 이라크에서 일하는 석유서비스회사 지중해 인터내셔널의 드라간 부코비치 사장은 “이번 드론 공격은 모든 것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오일시장을 심리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드론 한대가 언제든 정유공장이나 유전시설을 타격할 수 있고, 이는 화재나 파괴로 이어져 모든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다”며 “이는 곧 시중에 석유는 줄고 유가는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너지투자 회사인 거북이 어드바이저스의 롭 툼멜 전무이사는 “사우디 공장의 피해에 대한 완전한 평가가 있을 때까지 10~20% 가량 유가가 인상될 것”이라며 “미국의 유가는 배럴당 60~70달러 사이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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