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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2)북 ‘하노이 노딜’ 충격 후 대남 강경 기조…남북 교류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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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현주소

철도·도로 연결 진척 없고 금강산관광 언급조차 안 해

이산가족 화상상봉 장비 ‘제재 면제’에도 북 호응 없어

소강국면 장기화, 정부 ‘남북-북·미 선순환’ 구상 수정

경향신문

화려했던 첫발 뒤로… 지난해 9월14일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이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 제막식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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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은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군사 분야 외에도 다방면의 교류·협력 사업들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합의문대로 이행만 됐다면 지금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추가로 이뤄지고 경제·보건·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남북의 소통과 상호 왕래가 현실화했을 것이다.

그러나 올 초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 북측이 대남 강경 기조로 돌아서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부딪히면서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은 올스톱 상태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선순환하겠다는 정부 구상과는 달리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종속되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은 지난해 10월에도 고위급 회담을 열고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분야별 일정을 마련했다. 이후 남북은 지난해 말까지 분야별 회담을 갖고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당국자 간 의미 있는 접촉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남북은 ‘금년 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는 평양공동선언 2조1항에 따라 지난해 북한과 경의선·동해선 철도 북측 구간을 공동조사하고 지난해 12월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착공식도 했다. 이어 추가 정밀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설계 등의 일정이 이어져야 하지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 충격으로 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해 손을 놓으면서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상태다.

남북이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정상화하기로 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도 마찬가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신년사에서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문재인 대통령도 3·1절 기념사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후 정부 내에선 직접적인 제재 대상이 아닌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를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거론됐다. 그러나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정부 내에선 관련 언급 자체가 사라졌다.

인도적 협력 사업도 쉽지 않다. 올 초 정부는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대북 지원을 추진했으나 타미플루 운송수단의 대북 제재 면제 절차가 길어지면서 결국 전달되지 못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협력도 안 되고 있다. 지난 5월30일 북한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자강도 협동농장의 ASF 발병 사실을 공식 보고한 데 이어 17일에는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ASF가 발생했다. 국내 발생지역이 접경지역이어서 북측으로부터의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정부는 발생 원인과 경로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진 북측에 발병 사실을 통보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평양공동선언 합의사항인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복구와 화상상봉 등을 논의할 적십자회담은 개최조차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3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와 미국 정부로부터 화상상봉에 필요한 장비 반출을 위한 제재 면제를 받아내고, 노후화된 국내 화상상봉장 13곳에 대한 개·보수도 마쳤다. 하지만 북측의 호응은 전혀 없다.

문화·예술 행사들도 무산 또는 정체되고 있다. 남북이 지난해 10월 진행키로 했던 평양예술단의 서울 공연은 북·미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 무산됐고, 내년 도쿄 올림픽 공동 진출을 위한 남북 단일팀 구성 및 합동훈련도 전망이 밝지 않다. 남북이 공동 기념키로 했던 올해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은 물론 4·27 판문점회담 1주년 기념식도 남측 단독으로 진행됐다.

경향신문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은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노력’에도 합의했다.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기하기로 약속했다. 평안북도 철산군에 있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2016년 2월 장거리 로켓이 발사되는 등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부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부속건물과 발사대 등에 대한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는 올 2월 복구에 착수해 공사가 대부분 완료된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때 제안했던 영변 핵시설 폐기 역시 합의 무산으로 미실현 과제로 남아 있다.

남북관계 소강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남북관계로 북·미 대화를 견인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수정,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우선이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비핵화 협상 진전에 맞춰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북한이 지금은 대미 협상에 집중하며 ‘선미후남’ 기조를 밝히고 있지만, 남북관계 특수성과 전례를 볼 때 북·미 대화가 풀리면 남북관계도 선순환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8년의 경험과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 특성으로 볼 때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서로 긍정적으로 보완 역할을 할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북·미 실무회담 재개를 앞둔 현재로선 상황 관리를 하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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