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평가가 이루어졌던 2008년도에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5.44%였다. 당시 정부는 기초학력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창의경영학교를 지정하여 운영하였는데 2009년 840억원, 2010년 771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교육부는 평가 결과가 나쁘게 나올 때마다 ‘행복한 출발을 위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2019), ‘학습 지원 강화를 위한 대응 전략’(2021) 등을 발표했지만 기초학력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그런데 교육부가 한 가지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다. 미국의 경우 2022~2023년에 장애인 교육법(IDEA)에 따라 특수교육을 받은 3~21세 학생 수는 750만명으로 공립학교 학생의 15%였다. 특수교육을 받은 학생 중 가장 흔한 장애 범주는 학습장애(32%)였다. 전체 공립학생의 4.8%에 해당되는 숫자이다. 국립특수교육원의 자료에 의하면 2024년 우리나라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2.03%이다. 학습장애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자의 0.9%이다. 전체 학생의 0.02%이다. 이 정도의 수치라면 우리나라에서 학습장애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특별한 호모사피엔스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지극히 적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고, 한글이 너무 우수해서 학습장애가 생기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제대로 찾아내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
교육부의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을 돕기 위한 사업 중 가장 부적절한 사업은 대학생 멘토링 사업이다. 대학생들에게 일정한 비용을 제공하고 아이들을 지도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가진 장점은 적은 돈으로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생색을 내기는 좋을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깊은 좌절과 상처만 남길 가능성이 높다. 교직 경력 10년 이상의 교사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학습장애 문제를 어떻게 아마추어인 대학생들이 해결하겠는가?
기초학력 부진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아이들은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학습장애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난독증의 경우 일반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독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조기 발견하는 게 필수이다. 이후에도 난독치료의 임상 경험이 많은 언어치료사가 48개월 정도 매주 한 번 이상 지도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가정에서 부모들은 언어치료사가 제공한 과제를 아이가 30분 정도 주 5회 이상 수행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난독증 아이들의 언어치료는 보험적용도 되지 않아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잘 지원만 해주면 아이들은 아무 문제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고 성인이 되어서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후 국어 부진이 영어 부진으로 이어진다.
교육부에 몇가지 간곡한 부탁을 드리고자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말이나 2학년 초에 반드시 읽기 유창성과 관련한 검사가 가능한 제도를 만들기를 바란다.
낙인효과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우리 부모들의 마음을 고려하면 정규 교과 안에서 난독증이나 학생장애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학생들의 읽기 유창성이 부족한 부분을 상시적으로 발견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관련해서 초등교사들 중에 전문가들을 키워 초등학교 안에 이 아이들을 제대로 지원해줄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미국은 학년당 1명씩 언어치료사를 배치하고 있지만 우리는 최소한 학교당 1명의 난독증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학습지원 전문가를 배치해 담임선생님과의 협력을 통해 아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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