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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젓가락에 담긴 두뇌발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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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면서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을 때마다 가끔 뇌리에 떠오르는 도시가 있다.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직지의 도시’로 유명한 곳 청주이다. 하지만, 내게는 ‘젓가락’ 단어가 더 남다르게 다가오는 곳이다.

청주에서 매년 ‘젓가락 페스티벌’이 열리고, ‘젓가락연구소’가 자리하고 있으며, 매년 11월 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선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페스티벌 기간 중에 열리는 ‘젓가락대회’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참가해 능수능란한 젓가락 사용기술을 선보인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대지’의 작가 펄벅 여사가 1960년대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 경주의 어느 식당에서 어린 아이가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집어먹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일화도 전해온다. 도토리묵을 젓가락으로 먹는 모습엔 ‘밥상 위의 서커스’라는 표현을 했다는 얘기도 있는 것을 보면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신묘한 동작의 느낌을 짐작할 만하다.

그렇다고, ‘젓가락 페스티벌’을 단순히 재미난 행사로 여기면 곤란하다. 지난 2015년,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하는 ‘젓가락 페스티벌’을 기념해 열린 첫 국제학술심포지엄에 필자는 ‘젓가락 문화에 담긴 두뇌발달’ 주제 연사로 초청받아 참석을 했었다. 한중일 3국의 학자들이 참석해 나누었던 젓가락의 역사와 문화는 놀라웠고, 지구 반대편 중동 최대 위성 뉴스채널인 알자지라 방송사의 열띤 취재도 기억에 남는다. ‘젓가락’은 전 세계에서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삶과 역사가 함께 해 온 문화콘텐츠인 셈이다.

사실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두뇌발달을 촉진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뇌가 두개골 바깥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받는 대상은 다름 아닌 ‘몸’이다. 그래서 신경과학자들은 뇌 보다는 ‘신경계’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몸 곳곳에 신경계가 미치지 않는 곳은 없으니, 사실 운동은 몸을 좋게 한다는 것 보다 뇌를 좋게 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기도 하다.

젓가락 사용이 뇌에 미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호문쿨러스’ 라는 것인데, 신경외과 의사인 펜필드 박사가 운동과 감각을 담당하는 뇌 면적을 각 신체비율별로 적용한 인체모형으로 3차원 투영해보면 뇌에서 손이 차지하는 영역이 가장 크게 나온다. 직립보행으로 인해 두 손의 자유로움이 인간 두뇌발달에 미친 영향이 더없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 젓가락을 사용하게 되면 손가락에 있는 30여 개의 관절과 60여 개의 근육이 움직이는데,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206개의 뼈 중에서 4분의 1이 두 손을 구성하는데 쓰인다고 알려져 있다.

지구상에 젓가락을 사용하는 음식문화를 가진 나라도 제한되어 있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젓가락의 재질과 사용하는 방법도 다르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무거운 쇠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도 당연히 그러한 뇌의 작용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식사를 할 때 우리나라만큼 젓가락을 사용해 반찬을 하나씩 집어먹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요한 손가락을 매일매일 생활 속에서 집중적으로, 정밀하게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하루 식사가 뇌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두뇌활용의 시간이며, 한창 성장하는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젓가락 사용 자체가 두뇌발달을 촉진하는 환경이 될 것이다.

젓가락을 사용하기 전에 어릴 적 무심코 해오던 손 동작인 ‘도리도리, 곤지곤지, 잼잼(지암지암)’ 등 한민족 전통 육아법으로 알려진 ‘단동십훈(檀童十訓)’에는 선조들의 깊은 지혜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건지곤지(乾知坤知)’란 뜻은 좌, 우 검지로 손바닥을 찔러 여는 동작으로 하늘과 땅의 이치와 기운을 깨달아 바르고 참다운 일을 행하라는 의미로 ‘천지인(天地人)’ 철학이 담겨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젓가락을 잘 사용하는 민족 코리아. 이는 뇌를 잘 계발할 수 있는 두뇌 친화적 환경이 음식문화에 배어있다는 얘기도 될 것이다. 선조들이 물려준 반만년 정신문화적 자산 속에 새로운 미래에 대한 혜안이 담겨 있다.

지금 젓가락 사용하고 계시나요?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교수, 브레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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