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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매파` 네타냐후 과반확보 실패…10년만에 실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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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7일(현지시간) 총선이 실시된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청백당 당사 TV 화면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왼쪽)과 청백당 출구조사 결과가 비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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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조기 총선 결과 최장기 재임 기록을 가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1996~1999년, 2009~2019년)가 10년 만에 정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파 유대민족주의를 이끌어온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위협을 받음에 따라 이스라엘의 대(對)아랍 초강경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지난 총선에 이어 어느 정당도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교착 정국이 이어져 정치권 이합집산에 따른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치른 이스라엘 총선 출구조사 결과 집권 리쿠드당과 우파 민족주의 정당들이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120석 중 리쿠드당은 31석을 얻어 청백당(32석)에 이어 제2당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백당은 '반네타냐후' 세력의 선봉 격인 육군 참모총장 출신 정치가 베니 간츠가 이끄는 중도 보수정당이다. 이 밖에 아랍계 이스라엘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아랍공동명단'이 13석으로 그 뒤를 이었고 강경 민족주의 정당인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 9석을 차지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개표는 92%가 완료됐다.

총선 이후 이스라엘 대통령은 연정 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이 후보가 42일 내에 정부 수립에 실패하면 다른 정당 대표가 총리 후보로 지명되거나 조기 총선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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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당도 단독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교착상태가 펼쳐지면서 네타냐후 총리 연임도 불투명해졌다. 채널 '칸' 앵커인 우디 세갈은 "네타냐후는 졌다. 그러나 간츠는 이기지 못했다"고 박빙 정국을 표현했다.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해온 초정통파 유대민족주의 계열 및 극우 군소 정당 세 곳은 도합 24석을 얻었으나 이들과 리쿠드당 의석을 더하더라도 55석에 불과해 정부 수립에 필요한 61석에 미치지 못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출구조사 직후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이스라엘 국가와 국민을 섬길 것"이라고 말했지만 승리 선언은 하지 않았다. 간츠 청백당 대표는 "그(네타냐후 총리)가 패배한 것으로 보이지만 공식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최종 공식 결과는 25일 발표된다.

반면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을 이끄는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 몸값은 상종가를 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 지명으로 내각에 참여했던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지난 4월 총선 후 리쿠드당과 연정 협상에서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의 병역 의무 요구가 거절되자 연정 참여를 거부했다. 그러나 리쿠드당과 정치적 색채가 유사한 만큼 향후 논의에 따라 입장을 선회할 수도 있다고 관측된다. 기존 네타냐후 계열 정당과 이스라엘 베이테누당(9석)의 의석 합계는 64석이다.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를 제외한 대연정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당초에 청백당, 리쿠드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 포함된 보수 계열 정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단 부패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다.

정국이 네타냐후 총리 실각으로 정리되면 향후 이스라엘 정책 기조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민족주의에 입각해 팔레스타인 등 아랍국가를 상대로 강경책을 펼쳐왔다. 그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국제법상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 계획을 발표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친(親)이란 민병대에 대한 선제 공격을 강행하기도 했다.

반면 간츠 대표는 선거 기간 아랍계 유권자에게 연대를 호소하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발언을 피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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