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모씨(56·부산교도소 수감 중)가 30여년 전 사건이 한창일 당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이씨에 대한 조사가 어떻게 이뤄졌고, 왜 용의선상에서 제외됐는지 파악 중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이씨가 화성사건 당시 경찰 조사를 받은 기록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이 이씨의 조사 기록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화성사건이 발생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태어나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이 일대에서 계속 살았다. 이 때문에 당시 경찰 조사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당시 경찰이 이씨를 왜 용의선상에 올려놓지 않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나원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장은 “(이씨를) 구체적으로 언제 몇 번 조사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당시 수사관들하고도 얘기해야 하고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정밀하게 살펴봐야 하는데 수기 등으로 작성된 자료가 15만장에 달하는 등 방대해 현재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증거 수집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우선 7차(1988년 9월7일) 사건 당시 범인을 목격한 시외버스 운전기사 강모씨(당시 43세)와 안내원 엄모씨(당시 22세) 두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 사건 발생 직후 용의자와 직접 마주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두 사람의 진술을 토대로 ‘스포츠형 머리에 신장 165~170㎝ 오뚝한 코에 날카로운 눈매의 24~27세가량의 남자’ 몽타주를 그려 50만부 배포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신원을 확보할 경우 진실 규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 수사에 과거 연쇄 살인범 강호순을 수사하며 자백을 받아냈던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추가 증거 확보가 어렵고 이씨의 자백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대화를 통해 심경 변화를 유도해 자백을 끌어내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공소시효 만료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재판을 통한 유죄 확정이 어렵기 때문에 이씨 자백이 있어야 진범으로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경찰은 이씨 DNA가 검출된 3개 사건 외의 다른 화성 사건들에 대해서도 이씨와의 연관성도 캐고 있다. 최근 4차(1986년 12월14일) 사건의 증거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는 등 과거 수사 기록을 검토해 이씨를 압박할 단서를 찾고 있다.

경찰은 이씨의 신상공개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이씨 얼굴이 공개되면 목격자가 나타나거나 추가 제보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효율적인 조사를 위해 이씨를 현재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서 경기남부경찰청 인근에 있는 안양교도소로 이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이씨의 신분은 용의자로 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추후 수사 결과를 보고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 수사의 주된 목적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며 처벌은 그다음 문제다. 공소권에 대한 법적 논란과 관계없이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성·최인진 기자 est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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