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돼지열병 비상 ◆

"도로 건너오지 마세요. 당신들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습니다."

한강 이남에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가현리 A농장. 확진 판정 하루 만인 24일 오전 이곳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한강 이남 돼지농장 중 처음으로 뚫린 곳이어서인지 통제초소 근무자들 신경은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다.

농장 입구는 생석회가 두껍게 깔려 마치 생석회로 입구를 포장해 놓은 듯했다. A농장은 지난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파주 1차 발생 농가와 사정이 달랐다. 2차선 도로 옆에 위치한 데다 인근 반경 500m 내에 작은 공장들이 적지 않아 사람이나 차량에 의해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쉬운 환경이었다.

농장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도 다양해 시흥경찰서 의경까지 동원해 사람과 차량을 통제했다. 특히 농장 인근 도로로 크고 작은 차들이 수시로 지나가 방제차량이 도로에 소독제를 계속 뿌려댔다. 농장 옆 도로를 이용해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는 대형 트럭은 대형 방제차량으로 소독 샤워를 한 뒤에야 출입이 가능했다. 마을 주민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주를 크게 걱정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유 모씨(74)는 "구제역 피해를 딛고 모돈(어미 돼지)을 확보해 새끼를 막 판매하려던 차에 또다시 이런 일을 당했다"면서 "너무 안됐다"고 말했다.

구제역 피해를 두 번 겪고 지난해 돼지농장을 접었다는 주민은 "이런 일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면서 "김포에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김 모씨(37)는 "무엇보다 한강 이남 농가가 처음으로 뚫려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정부는 왜 아직까지 감염 원인과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경기도는 김포와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가 추가 발생하자 김포 3개 농가, 파주 1개 농가 돼지를 예방적 살처분했다.

[김포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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