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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초유의 고강도 미세먼지 대책…12∼3월 배출량 20% 이상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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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밀집 지역에 민관합동 점검단 1천명 이상 파견

석탄발전소 일부 가동 중단…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반기문 "미세먼지 해결하려면 과감하고 담대한 처방 필요"

연합뉴스

올해 3월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 광화문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30일 발표한 제1차 국민 정책 제안에는 오는 겨울 시행될 사상 초유의 고강도 대책이 담겼다.

이번 제안은 산업·발전·수송·생활·건강 보호·국제 협력·예보 강화 등 총 7개 부문 핵심과제로 구성됐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올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이하 고농도 시기)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은 전년 동기보다 20%(2만3천여t)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마련된 내용은 지난 27일 본회의 의결 뒤 청와대에 제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기후환경회의 제안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 공장 불법행위 집중 단속…"위반 처벌보단 기준 준수 인센티브"

산업 부문 대책의 골자는 공장들의 대기오염 관련 불법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미세먼지 감축 노력에 상응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전국 국가 산업단지 44곳을 포함한 사업장 밀집 지역에 1천명 이상의 민관 합동 점검단을 파견해 미세먼지 불법 배출을 철저하게 감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주요 산업단지에서는 기업들이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는 등의 수법으로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고도 이를 축소 신고하는 등 불법행위가 잇따랐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관계자는 "육안으로 단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드론이나 이동차 등을 활용해 감시할 것"이라며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 사업장에는 중앙기동단속반이 상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불법행위 신고포상금 제도도 도입된다. 중소 사업장에는 연 2천억원 이상의 방지시설 설치비용과 맞춤형 기술을 지원한다.

환경부는 올해 1월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 정유, 석유화학, 제철, 시멘트 등 대형 사업장과 자발적 감축 협약을 체결했다. 환경부는 앞으로 이 협약 내용을 재검토해 필요하다면 보완해서 새로 체결할 계획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관계자는 기업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위반 시 처벌하기보다는 강화한 기준을 준수했을 때 기본부과금 감면, 한시적 세제 혜택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국 625개 대형 사업장에 설치된 굴뚝자동측정망(TMS) 측정 결과는 앞으로 30분 간격으로 실시간 공개한다.

산업계는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41%를 차지한다. 이번 정책을 시행하면 고농도 시기 산업계에서 미세먼지 배출을 1만1천993t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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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배출하는 굴뚝
[연합뉴스TV 제공]



◇ 석탄발전소 최대 27기 가동 중단…나머지도 출력 80%로 낮춰 운영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석탄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하거나 출력을 80%로 낮춰서 운영한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겨울철인 12월부터 2월까지 석탄발전소 9∼14기, 봄철인 3월에는 22∼27기 가동을 중단한다. 나머지 석탄발전소는 출력을 80%까지 낮춘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과 합리적인 전기 소비를 위해 현재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에 적용되는 계시별 요금제를 주택용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을 봄·가을, 여름, 겨울 3개로 하고 시간대를 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 3개로 나눠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수요에 따라 전기요금이 비교적 저렴한 시간대에 맞춰 소비자 스스로 전기를 합리적으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석탄발전소는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12%를 차지한다. 이번 정책으로 고농도 시기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3천491t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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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경유차 단속
[연합뉴스TV 제공]



◇ 고농도 시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고농도 주간예보 땐 2부제 병행

수송 부문에서는 노후 차량·건설기계 운행을 제한하고, 국내 운항 선박의 저황연료유 사용을 앞당긴다.

수도권과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에서는 고농도 시기 생계용을 제외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한다. 고농도 주간예보 때는 차량 2부제를 병행해 시행한다.

5등급 차량은 1987년 이전 제작된 휘발유차와 2005년 이전 제작된 경유차로, 사실상 노후 경유차가 대부분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관계자는 "경유차는 대도시 미세먼지 최대 배출원"이라며 "특히 경유차 배기가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노후 경유차 취득세를 인상하고, 경유차 차령에 따른 자동차세 경감률은 차등화한다.

경유차 자동차세 경감률은 휘발유차의 절반 수준으로 하거나 경감률을 아예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할 예정이라고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전했다.

국내 운항 선박의 저황연료유 사용은 2021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앞당겨서 올해 12월부터 시행한다. 선박 배출가스는 부산, 인천, 울산 등 항만도시 미세먼지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송 부문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29%를 차지한다. 이번 정책을 시행하면 고농도 시기 수송 부문에서 4천87t의 미세먼지를 감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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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소각 단속
[연합뉴스 자료 사진]



◇ 통학길 등 '미세먼지 집중관리 도로' 지정…농촌 불법 소각 단속

생활 부문에서는 도로·건설공사장 먼지를 줄이고 농촌 불법 소각을 최대한 막을 계획이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통학할 때 이용하는 길 등을 '미세먼지 집중관리 도로'로 지정해 청소를 더 자주 하고 차량 속도를 제한한다.

주거 지역 인근이나 대형 건설공사장에는 미세먼지 측정기와 측정 결과를 표시할 외부 전광판을 설치한다.

또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일어나는 폐기물 불법 소각을 막기 위해 수거·처리를 지원하는 동시에 단속을 강화한다.

생활 부문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 이번 정책으로 고농도 시기 생활 부문 미세먼지 배출을 3천464t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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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마스크 쓴 시민
[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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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용 마스크에 건강보험 적용…중국과 미세먼지 정보 공유

산업·발전·수송·생활 등 4대 핵심 부문 외에 건강 보호·국제 협력·예보 강화 대책도 마련됐다.

여름철 무더위 쉼터는 고농도 시기 미세먼지 쉼터로 바꿔 운영한다. 학교 병원 등 취약계층 이용시설 밀집 지역은 '미세먼지 집중관리 구역'으로 지정해 경유차 진입을 제한하고 살수차·진공청소차를 집중적으로 운영한다.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보건용 마스크에는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우리나라 대기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과는 미세먼지 예보·경보 정보를 공유한다. 또 '한·중 푸른 하늘 파트너십'을 구축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실증사업을 확대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주간 예보를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미세먼지 예보가 현행 3일에서 7일로 확대되는 것이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으로, 마치 중병에 걸린 환자 같은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과거와는 차별화한 과감하고 담대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위원장은 "이번 정책 제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세먼지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며 "이번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국민과 함께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앞으로 제2차 국민 정책 제안에 담을 중장기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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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후환경회의 회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 사진]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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