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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직접 쓴 글 읽으며 “성폭행 대항 우발적 범행”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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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이 4차 공판에 출석해 펜션에서 자신을 성폭행 하려던 남편에 대항하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검찰로 송치되는 고유정.


고씨는 30일 오후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에서 증인신문이 이뤄지기 전 자신이 직접 수기로 작성한 8페이지 분량의 의견진술서를 10분 가량 울먹이며 읽었다. 고씨는 지난 공판에서도 모두 발언을 신청했으나 재판부가 직접 생각을 정리해올 것을 주문함에 따라 이날 모두발언 기회를 얻었다.

고씨는 이날 “전 남편이 키즈펜션까지 따라 나설 줄 몰랐다”며 “저녁을 먹은 뒤 아이는 방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이가 먹고 싶다는 수박을 칼로 자르려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저를 만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싱크대 앞에서 엎치락뒤치락하다 도망쳐 나왔으나 전 남편이 칼을 들고 쫓아왔다. 막으려다 칼에 베이기도 했고, 뱃속에 아이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 손에 칼이 잡히자 찔렀다. 그 사람의 칼을 뺏으려다 제 손이 크게 베었다”고도 말했다.

고씨는 “한 순간에 성폭행과 죽음이라는 순간을 겪게 돼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다음날 오전 아이를 친정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이제 죽자, 어떻게 죽을 것인가 생각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깊이 반성하고 아빠, 엄마 없이 살아갈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제가 그날 참았어야 한다는 후회도 많이 했다”며 “다만 제가 저지르지 않은 죄로 처벌받고 싶지 않다. 계획범죄라고 추궁하지만 아니다. 졸피뎀을 넣은 적도 없고, 전 남편은 카레를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씨측은 이전에도 전 남편에 대한 사체 손괴·은닉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시도에 대항하다 우발적으로 찌른 것으로,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살인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해왔다.

이날 방청석에서는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분노 섞인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국과수 감정관 2명은 분홍색 이불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유전자가 나왔고, 졸피뎀도 나왔다고 증언했다. 반면 변호인측은 분홍색 이불 일부만 조사한 것으로, 이불 다른 부위에 고씨의 혈흔이 있을 수 있고 졸피뎀 역시 고씨의 혈흔에서 검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검찰청 감정관 2명은 고씨의 차량에서 나온 붉은색 담요 특정 지점에서 피해자 강씨의 혈흔과 DNA를 확인했고, 그 혈흔에서 졸피뎀을 검출했다고 증언했다.

고씨는 지난 5월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지만 전 남편 강씨의 사체를 현재까지 찾지 못했다.

검찰은 고씨가 청주에서 제주로 이동하기 바로 전날인 5월17일 청주의 한 병원과 약국에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은 점, 전 남편 강씨의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된 점, 고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졸피뎀, 살해도구, 시신훼손과 유기방법 등을 검색해 온 점을 미뤄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또 살해 사흘전인 5월22일 칼, 표백제, 고무장갑, 세제 등 청소용품을 구매한 점, 훼손 도구를 청주에서 제주로 가지고 이동한 점, 차량을 청주에서 제주로 이동시킨 후 다시 시신을 싣고 돌아간 점 등도 계획범죄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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