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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與 일부 '조국 윤석열 동귀어진(同歸於盡)' 시나리오...윤석열의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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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조국 법무장관 관련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며 구체적인 '개혁' 조치를 지시했다. 또 지난 주말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조국 수호'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여당 주요 인사들이 "윤석열 낙마가 우려된다"며 그의 퇴진 가능성까지 공개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정권 핵심부가 조 장관 일가의 비리 혐의 수사 프레임을 검찰 개혁이라는 정치 프레임으로 바꾸려는 시도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맞물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임기2년 중 2달을 넘긴 윤 총장을 겨냥해 여권이 '동귀어진(同歸於盡)' 전략을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돌고 있다.

    조선일보

    왼쪽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문재인 대통령, 조국 법무장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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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귀어진이란 싸움의 상대와 함께 파멸의 길로 함께 들어간다는 뜻이다. 흔히 무협지에서 쓰이는 말로 쉽게 말해 '너 죽고 나 죽자' 전법이다. 주로 수세에 몰린 쪽이 공격하는 상대와 함께 자멸할 때 쓰는 방식이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조 장관이 '검찰 개혁'을 내세워 맞서다, 최악의 경우 윤 총장과 함께 동반 퇴진하는 방안이 여권 일부에서 돌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조 장관이 사퇴하고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나오는 말이다.

    ◇與 일부서 거론되는 조국·윤석열 동귀어진說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은 여전히 "조 장관 본인과 관련한 불법행위는 확인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도 문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갖고 있던 소신이었을 뿐 조 장관 수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야당에서는 조 장관이 취임 후 검찰의 특별수사 기능 축소 등을 추진하고 나오자 윤 총장을 낙마시키려는 의도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되고 사모펀드, 자녀 부정입학 의혹, 일가의 사학재단 관련 비리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윤 총장 견제 내지는 압박 카드로 '개혁'을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와 관련, 여권 일부에서는 조 장관이 최악의 경우 윤 총장을 상대로 동귀어진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돌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조 장관 임명 전부터 나왔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청와대의 조 장관 임명 발표 직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동귀어진 해야 하나, 양패구상(兩敗俱傷)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팔을 주고 목을 벨 것인가"라고 했다. 그런데 조 장관 임명 후 검찰 수사가 강도를 더 하면서 가능성을 따지자면 이제는 양패구상이 아니라 동귀어진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말도 돌고 있다. 양패구상이란 양측이 함께 패배하고 상처 입는 것을 뜻하는데, 상처 수준이 아니라 양쪽 모두 정치적 목숨을 걸어야 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동귀어진은 2인자가 쓰는 전법"

    동귀어진은 기본적으로 나와 상대가 모두 죽거나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전법(戰法)이다. 이 때문에 최고 수장보다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2인자가 적장(敵將)을 향해 쓰는 전술이다. 자기 목숨까지 버리는 걸 각오한다는 점에서 상대가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대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할 때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조 장관보다는 문 대통령의 통치력 보호 차원에서 동귀어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조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 향방에 따라 조 장관의 거취가 흔들릴 경우, 윤 총장도 임면권자인 문 대통령과 계속 함께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여권이 '조국 수호'를 내걸고 검찰을 향한 장외(場外) 압박에까지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는 조 장관의 추가 상처는 최소화하면서 윤 총장을 압박하는 시나리오도 돌고 있다. 일부 여당 중진 의원들이 "조 장관 낙마가 아닌 윤석열 검찰총장 낙마가 더 우려되는 상황으로 반전되고 있다"고 말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조 장관 관련 수사 경과에 따라 그가 일정 시점에 사퇴하고 내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말하는 사람도 적잖다. 여권 정보에 밝은 박지원 의원은 "조 장관이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사법개혁 법안 등)이 처리된다면 내년 1월 중 장관을 던지고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조 장관 임명 후에도 민주당이 그를 총선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왔다"고도 했다.

    여권이 동귀어진을 정말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는 핵전략 이론 중 하나인 상호 확증 파괴 전략과 비슷한 효과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상호확증파괴란 핵무기를 보유한 두 나라 간에는 오히려 핵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이와 관련, 한 정치권 인사는 "일부 여권 인사들이 사석에서 동귀어진을 언급하는데 이는 둘 다 죽자는 뜻이라기보다 윤 총장을 향해 다치기 싫으면 이쯤에서 멈추라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했다. 현직 법무장관을 상대로 퇴로 없는 수사를 벌이고 있는 윤 총장에 압박 의도가 더 강하다는 이야기다.

    ◇윤석열의 전법은⋯兵聞拙速·金蟬脫殼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지시와 친여권의 검찰청 앞 시위에 윤 총장은 지난 29일 ‘검찰 개혁에 관한 검찰총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놨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여권의 압박이 한층 거세지면서 검찰의 수사 움직임은 더 신중해졌다.

    하지만 검찰 내부적으로는 "범죄 혐의 수사에 정치적 고려는 없다"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한 전직 검사장은 "수사 전법으로 보면 윤 총장은 병문졸속(兵聞拙速)과 금선탈각(金蟬脫殼)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병문졸속이란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다소 이른 감이 있더라도 속전속결로 임해야 한다'는 뜻이고, 금선탈각은 '매미가 허물을 벗고 빠져나오듯 주력을 한꺼번에 이동시켜야 반격의 기회를 도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간이 갈수록 여권의 정치적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최대한 신속하고 반격 불가능한 혐의 입증을 위해 고심할 것이란 얘기다.

    윤 총장도 수사 상대가 동귀어진을 각오하고 덤빌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권력 실세나 재벌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야 하는 특별수사 검사들 사이에서는 심재륜 전 대전고검장이 과거 언급한 '수사십결(搜査十訣)'이 유명하다. 그 중 하나가 동귀어진하는 수사 상대방을 대하는 법이다. 대표적 특별수사 검사로 꼽히는 심 전 고검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동귀어진하겠다고 덤비는 수사 상대방도 있다"며 후배 검사들에게 "칼에는 눈이 없어 그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법이다. 칼을 쥐고 있다고 해서 자신이 찔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했다. 윤 총장이 권력 핵심부의 압박에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 등 원칙론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동귀어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이란 말이 나온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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