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종료하겠다고 밝힌 뒤부터 이같은 미 국무부의 입장 변화가 감지됐다고 했다.
지난 8월 19일 경북 울릉군 독도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독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71주년 국군의날 행사에서 F-15K 4대를 출격하도록 지시했다. 동해 독도에 2대가, 서해 직도와 남해 마라도에 각각 1대가 출격해 영공 수호 비행을 했다.
이에 미국의소리(VOA)는 한국군이 주력기를 독도 영공에 출격시킨 데 대해 미 국무부의 입장을 서면질의했고 미 국무부는 "비생산적인 움직임"이라고 답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한국과 일본 간 최근의 의견 충돌을 고려할 때 ‘리앙쿠르암’에서의 군사 훈련 시기와 메시지, 늘어난 규모는 진행 중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VOA에 보낸 답변서에서 "미국은 리앙쿠르 암의 영유권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우리는 양국이 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열성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갖기를 독려한다"고 전 했다.
지난달 우리 군의 독도 방어 훈련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미 국무부는 "군사 훈련의 시기와 메시지, 증가한 규모는 진행 중인 사안들을 해결하는 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다른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독도 방어 훈련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들"이라면서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언급했다. 우리가 독도 훈련을 정례적으로 실시한 지난 1986년 이후 미국이 이에 대한 이의 제기를 공개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었다.
앞서 지난 2012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그 해 8월 1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했다. 그는 "독도는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며 "긍지를 갖고 지켜가자"고 말했다.
당시 일본 기자들은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미국 측의 입장을 물었고 눌런드 당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입장이 없다"며 원론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우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으며, 양국이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기자들이 "한국 대통령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방문을 사전에 알았느냐"고 재차 묻는 데 대해서도 "정보가 없다, 더 할 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같은 달 23일에도 눌런드 대변인은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에게 모두 매우 중요한 동맹국이라며 "한일 간 분쟁은 분명히 미국으로선 불편한 일"이라고 했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 역시 독도 문제 등 한일 관계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양국에 대해)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자제와 침착, 정치적 수완’을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소미아 폐지서부터 (한일 독도 분쟁에 대한) 미국 내 기류가 변해가고 있다"면서 "독도 문제에 관해서 개입하지 않고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던 미국이 지소미아를 깬 뒤로는 ‘한국은 좀 더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측의 ‘비생산’ 운운은 불안한 동북아 안보 상황을 자초한 한국이 왜 자꾸 분쟁을 일으키느냐는 뉘앙스가 깔려있는 것"이라며 "영토·영해 문제인데 미국이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한국엔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했다.
신범철 아산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기에도 독도 방문 등으로 지금만큼이나 한·일 관계가 나쁜 상황이었지만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지소미아를 추진하는 등 협력적 관계가 유지됐기 때문에 미국의 국익엔 독도 분쟁이 큰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소미아 파기 이후에는 양국 갈등이 한미일 동맹의 메커니즘에도 악영향을 줘 미국의 역내 안보 협력 구상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해 비판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명진 기자·이정수 인턴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